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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을 산행 2018-01-07 16:54:04

가을 산행!            2007-11-07 1261

가을 산행! 한 끼 굶은들 그조차도 배부를 것만 같은 가을날은 차비만으로 산행을 떠나보라. 아니면 하염없이 낙엽 쏟아지는 공원길을 걸어보라. 때로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가 심각해 있을 수도,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 있을 수도, 당장이라도 눈 부라리며 한바탕 싸워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감정들을 날이 추워져 겨울바람 살 속을 에우기 이전 정리해보는 계절이 가을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대동해도 좋고 혼자여도 좋을 것이다. 필자도 그런 계기를 위해 가을날 산행은 곧잘 계획하곤 한다. 그러다 누군가 산행을 제의해오기라도하면 계획 없이도 훌쩍 따라나서곤 한다. 지난주 한 선배로부터 산행에 동행하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선배는 경영이력이 독특하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던지라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벼르던 어느 날 통화가 되었었다. 첫 통화에 왠지 묵직하고 까칠하고 건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두 번 통화가 더 되었지만 그리 반겨하질 않는듯하여 조금은 자존심이 상해 그 후로는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여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약속한 날 새벽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선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자신은 괜찮으니 맑은 날 보자고 하는 것이었다. 문자지만 배려와 염려가 묻어있음이 느껴졌다. 배려한다는 자체만으로 상했던 자존심이 회복되며 왠지 느낌이 좋아졌다.

그렇게 만난 선배와는 금방 친해져 주변사람도 아랑곳없이 울고 웃다 헤어졌는데 그 선배로부터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 단체모임의 산행에 동행제의를 받은 것이다. 선배와 또 다시 웃고 울 만큼 진한 삶의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따라나선 산행은 강화도 마니산의 ‘함허동천’이었다.

명칭 자체에서도 신비감이 느껴지고 뭔가 있을 것만 같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있는 곳이란 뜻을 가진 ‘함허동천’! 줄지어 늘어서야만 오를 수 있는 오솔길을 돌고 돌아 계곡을 오르고, 발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절경에 한순간도 눈 뗄 수 없었다. 오르고 내리며 오르는 것은 앞만 보고 오르니 쉽지만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느끼며 인생이나 권력의 오름과 내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눈앞에선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운무에 쌓인 산봉우리와 제단! 간간이 불어오던 가을바람에 마음이 비워져갈 무렵 조금씩 찬 기운이 느껴지더니 오후에는 제법 많은 비를 뿌렸다.

짓궂은 비로 서둘러서 짐을 쌌지만 그것마저도 선배는 가을비를 맞아보는 재미라며 회원들을 독려했다. 큰 모임자리에 게스트를 데려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고 그만큼 나란 한 인간을 믿어준 선배가 무척이나 고맙게 생각되었다.

특히 “박 회장 후배라니 안 챙길 수 없구만”이라며 챙겨주신 분들이 많아 더욱 즐거웠다.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선배의 진면목을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 그래서 가까운가 싶어 다가가면 어떤 경계가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있는 회장이라고들 했다. 선배의 역량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온통 마니산 계곡의 ‘험허동천’을 가득 메웠더랬다. 선배의 한 걸음걸음 모두가 필자에게는 배울 것들이었지만 필자가 따라가지 못할 것들이었다.

자신에게는 철저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선배를 보며 돌아오는 내내 선배 자체가 무던히 노력한 흔적들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의 수없이 많은 체험을 하며 상처 나고 아문 깨달음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세상에 손쉬운 성공은 없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가을 산행으로 마음이 비워져 맑아진 사람들 얼굴에는 새로운 내일이 설계되어 있었다. 모두들 ‘너무 좋았다’라고 수식어 없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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