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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리 없이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 2018-01-07 16:44:30

-소리 없이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     2007-10-02 1466

김지하 시인은 얼마 전 “요즘 한국시는 시 같지 않다”라고 미래파로 불리는 젊은 시인들의 실험적인 작품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현재 한국시는 혼돈, 추함, 엽기, 괴기 등의 요소가 지배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양상으로 내용이 부족할 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 운문성과 율격, 리듬, 행갈이, 연 갈이, 시어와 시어 사이의 절제미가 없다. 그러므로 시인지 산문이지도 알 수가 없고 내용도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문학작품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도덕성이 마비된 사회적인 혼란 속에서도 소리 없이 묵묵히 세상을 정화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그들은 진정한 예술인들이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소리 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있어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얻는다. 세상 속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접하며 필경 지금은 모든 것이 과도기에 접어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새벽이 오기전이 가장 춥다고 했던가? 그 전환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조용히 아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아갔던 전시회가 있었다.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의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 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다. -도종환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전문

여유로운 미술과 감미로운 문학이 만난 “시인과 화백의 하늘아래 허무 없는 하루 전”!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바다가 만상을 비추는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해인(海印)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 도종환시인과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상선고수)고 한 노자의 사상을 화폭에 담고 있는 ‘물의 화가’ 송필용 화백이 함께하는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었다. 도종환 시인의 시는 한결 같이 거칠고 삭막한 회색빛 도시 속에서 시간의 물살에 쫒기는 우리들에게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준다. ‘물’을 매개로 두 사람의 예술적 감각이 단연 돋보이는 전시회는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 너무도 절묘하고 자연스러워 두 사람이 오랜 죽마고우거나 소울메이트 쯤으로 여길만하다. 그러나 도종환시인과 송필용 화백은 전시회를 열기 전까지 안면조차 없던 사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조화를 이루어 냈을까? 그것에 더 관심이 갔다. 그것은 바로 진실과 진실이 왜곡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소통하는 공감이었다. 그렇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은 진실이고, 진실과 진실이 통하는 투명한 공감이다. 며칠사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이 가을 날, 소리 없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시인의 시 한 편으로 모든 것이 넘쳐흘러 부족함만 못한 요즈음의 과도기적 전환점을 지혜롭게 넘겨보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좋은 시나 문장 한 구절 그리고 예술성이 돋보이는 그림 한 점을 만날 때 우리는 정화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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