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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우사냥 2018-01-07 16:45:49

여우사냥     2007-10-10 1325

-뮤지컬 명성황후-

매해 공연마다 완성도를 높여가며 인기를 누려온 명성황후는 마침내 2007년 3월 기념비적인 관객 100만명 동원을 기록하게 되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로서 자리매김을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1995년에 초연된 지 12년 만의 기록이다. 2007년 국내 최고 창작 뮤지컬 100만 관객 돌파는 물론 이미 10년 전인 1997년 동양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에 진출하여 전회공연 기립박수를 받았고 좌석매진으로 입석 발매의 기록을 하는 등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꼭 보아둘만한 작품이다. 특히 한동안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인 팩션(faction) 드라마의 허구성에 대한 역사적 왜곡 때문에 많은 논란이 일었었다. 그러나 뮤지컬 명성왕후는 사실에 근거한 스토리 그대로가 뮤지컬화 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관람자들에게 공감으로 다가가지 않았는가 한다.

이번 안산에서의 공연을 계기로 지난 주말 감상할 기회를 가졌다. 두 번째 보게 된 명성황후! 명성황후를 관람하고 나오는 관객들은 5년 전에 보았던 모습이나 지금이나 하나같이 상기되어 있었다. 장엄하고 강렬하며 화려한 무대와 흡입력 있는 선율과 배우들의 연기에 압도되고 힘없는 약소국가의 설움과 일본의 만행에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 쥐며 모두가 애국자가 되어 감동과 분노에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모두 상기된 얼굴이다.

한 편의 뮤지컬을 통해 1873- 1895년 사이의 역사와 시대적 현상을 한 눈에 알게 된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원작은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이다. ‘여우사냥’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궁에 난입한 일본 미우라 무리들이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붙였던 작전명이었다. ‘여우사냥’이라는 제목에서부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울컥하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뮤지컬에 붙여진 ‘명성황후’라는 제목은 원작보다 상당히 순화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공연의 마지막 장면인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듣다 보면 원작자나 뮤지컬 제작진이 전하고자 했던 민족주의적 메시지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명성황후’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모두에서 공연된 순수한 국산 창작 뮤지컬이라는 타이틀도 가진다. 해외에서나 국내에서의 평가가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12년 전 당시 국내 상황을 감안한다면 무모하리만치 용감했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시대적으로 보면 근래 심형래의 ‘디워’ 창작물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그때의 도전과 경험이 요즘 우리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에도 적용돼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할 것이다.

1896년, 을미사변의 불행한 주인공인 우리의 마지막 황후! 일본의 반식민지 시대에 유일하게 반발하며 민족의 얼과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몸 바친 한사람! 일본의 잔인무도한 만행과 그것을 막으려는 명성황후의 모습을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하여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연출자는 일본의 야심과 그것을 알고 지키려는 명성황후의 민족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들을 숨 막힐 정도로 긴장하게 하고, 의상은 물론 무대전반을 너무도 화려하고 아름답게 표현하여 극과 극의 대비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리하여 우리 내면 깊이 잠재된 민족의식을 일으키게 했다. 을미사변이라는 사건 속에서, 일본의 교활함과 잔인성을 폭로하며 전개 되는 이야기!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는 1분 1초에서 일본의 미소에 감춰진 잔인성과 우리민족의 얼, 자긍심 그리고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력을 엿 볼 수 있다. 조선의 국모인 명성황후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특이하게도 역사속의 중심에 서있었던 여장부와 같은 존재였음을 알고 역사를 한 번 더 돌아보게 해준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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