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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보는 사람 2018-01-07 23:00:21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보는 사람

2008-12-23 1311

올해도 어김없이 문학 지망생들의 로망인 신춘문예 공모가 마감되었다. 12월이 되면 언제나 겨울추위를 녹이기라도 할 듯 문학 지망생들의 뜨거운 열정이 열을 발산한다. 이때가 되면 공인화 욕구를 지니지 못한 무명의 필자에게도 신춘문예와 관련하여 질문을 하고 작품을 보내는 문학 지망생들이 있다. 그들이 읽어봐 달라고 보내는 작품들의 수준은 보통의 수준을 넘는다. 아마추어 문학인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을 거친 흔적들이 역력하다.

이처럼 수준이 높아진 것은 혼자만의 문학세계가 아닌 서로 공유하며 다듬을 수 있는 문학 스터디가 생겨나고, 많은 유명 문학인들의 문하생이 되어 공부를 하기도 하며,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 글쓰기 지도의 여러 서적들 덕분인 것 같다. 이제 글쓰기는 문학적 감수성 혹은 글재주도 중요하지만 글을 쓰려는 목적과 사명감 그리고 스킬까지도 요구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쓴이의 인간적인 면모가 아닐까 한다. 심성이 발라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고 박경리 선생님이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연말연시를 맞아 문학 행사들에 참여해보면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많은 문인들을 만난다. 특히 따뜻하고 온화한 여성 문인들을 만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분들의 작품 또한 세상을 향해 따뜻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본다. 그 때마다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끼며 문학보다 위대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언젠가 제대로 된 글을 써야지 하는 공인화 욕구가 아닌 욕심을 부려보게 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여성문인들의 활동이 일부 제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작가란 용기가 필요하거나 아니면 무모하거나 아니면 초연해야한다. 여성 문인들은 행동반경이 자유롭지 않은 것이 그것이다. 절친하게 지내는 어느 여류소설가 한 분은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자가 혹시 경험에서 나온 인물이 아닌가하는 남편의 불편한 눈길을 피해 다니느라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한다고 하소연해왔다. 그녀는 남편과 갈등을 피하려고 컴퓨터 여기저기에 폴더를 만들어두고 인터넷 카페에 저장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원고를 직접 손으로 쓸 땐 원고 뭉치를 침대나 소파 밑에 감추기까지 했다고 한다.

양육과 가정살림 등 여성작가들의 발목을 붙잡는 것들이 여성작가들의 창작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아픔 뒤에 성숙한다는 말처럼 작가들 대부분은 아픈 경험들이 많다. 작품을 위해 아픈 것인지 아파서 깊이 있는 문학성이 살아나는 것인지 모를 아이러니를 안고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은 점점 활발해져 90년대 이후 문학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처절한 작가정신이 깃든 여성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 이것은 아직도 전문가다운 부분에 있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문학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운 언어예술인 만큼, 전문가적인 여성작가들의 활동이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변방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의 여성문학인들이 아닌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학적인 기량을 맘껏 발휘하는 여성문인들이 이번 신춘문예에서 대거 탄생되었으면 한다. 세계관을 가진 작품과 작가의 마인드가 동일한, 사람냄새를 풍기는 여성 작가들이 대거 탄생하여 문필의 힘으로 좀 더 살기 좋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새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하면 글쓰기의 정석이자 교본이라 할 말을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체험하고, 많이 활용하고, 많이 느끼고, 많이 쓰고, 많이 줄이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볼 줄 알며, 허황된 겉치레에 현혹되지 않고 진흙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낼 줄 아는 신인 작가들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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