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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주 조그만 빛 2018-01-13 14:12:10

아주 조그만 빛     2010-10-04 1101

빛은 조금이었어

아주 조금이었지

그래도 그게 빛이었거든

이 詩는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이라는 소설 속에 나오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어느 날 우연히 한 회사의 사보 독자란에 실린 이 詩를 읽고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대범함을 느끼며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시를 지은 여성을 만나 서로를 이해하게 되어 결혼에 이른다. 3연 6행의 아주 짧은 詩 안에 함축된 이야기를 주인공은 인생의 가장 고독한 지점에서 남기는 한 마디 자기 목소리로 받아들이지만, 필자는 책 속에서 이 詩를 접하는 순간 희망을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느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고, 배 고파본 사람이 배고픈 심정을 안다는 말이 있듯 필자 또한 어려움을 경험해 보았던 터라 이 짧은 싯귀가 더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절망이라 생각될 때 아주 조그만 빛이 절망을 딛고 일어서게 해주는 큰 힘이 되어 희망을 갖게 한다.

과학의 발달로 생활이 풍요롭고 편리해지면서 인간은 점점 더 행복해져야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더 쉽게 절망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좌절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 어렵고 힘든 일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깊이를 논할 수 없다고 한다. 실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으며 죽음 언저리를 맴돌다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지만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모든 여건을 갖춘 사람도 나름 고민과 걱정은 있게 마련이다.

지난 9월 중순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을 주고받을 만큼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풍성함을 더해주는 추석 명절이었다. 올해는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초입에 태풍 곤파스가 찾아와 농작물과 과실수들을 강타했고, 그것도 모자라 추석 전날은 무슨 아쉬움이 그리도 많은지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몸부림치듯 갑작스런 폭우가 찾아와 물난리를 겪게 하여 많은 사람들이 추석을 지내지 못했다. 재해로 인한 피해는 항상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한다. 매해 추석 명절과 새해맞이 설날에는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양가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그리고 이모 고모 삼촌 등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다행히 필자가 찾아뵌 분들은 폭우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각양각색 힘들고 어려운 사연 한두 가지씩 없는 분이 없으셨다. 부유하고 자식들 또한 남부럽지 않게 장성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분이라 하여도 건강이나 사업 또는 자식 등 기타 여러 우환들을 겪고 계셨다. 필자는 그분들의 우환 이야기를 들으며 달리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때 ‘빛은 조금이었어/ 아주 조금이었지/그래도 그게 빛이었거든’이라는 詩가 떠올라 “최근 이런 시를 읽었는데 제게 위안이 되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하나같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감동적인 詩라고 하셨다. 그날 이후 필자는 모임의 자리에서 이 詩 구절을 읊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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