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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팩션(faction) 드라마의 허구 2018-01-06 21:05:20

2006-11-03 1289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팩션은 주로 소설쓰기의 한 기법으로 사용되었지만 영화, TV드라마, 연극 등으로 확대되어 요즈음 문화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특징 중 하나로 TV드라마 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역사적 사실과 허구사이의 경계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에 기반 한 상상력의 창작물들이 TV드라마에서도 ‘퓨전사극’이라는 장르로 전통적인 사극의 포맷 속에 현대적인 감각이 첨가된 스토리설정으로 많은 지지기반 층을 얻고 있다. 사극은 이런 역사의 이분법에 따라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조합한 팩션(faction)을 통해 대중의 역사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역사가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하지만, 사극 제작자들은 드라마로 봐주기를 주문하며 합리화를 꾀한다. 하지만 문제는 역사학과 사극의 문법 차이가 아니라, 대중이 사극을 역사로 본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해 방영되었던 <해신>이라는 사극과 현재 방영되고 있는 <주몽>과 <연개소문> 등을 들 수 있다. 지금 주몽은 40%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매 회 많은 관심을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10%의 역사적 사실과 90%의 작가적 fiction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라는 역사극의 진실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퓨전사극은 전통적인 지루함과 무거운 주제 등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양한 각도로 느끼게 해주므로 역사성과 오락성을 함께 구현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화제를 만들기 위해 너무 흥행위주의 오락성만 좇아간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퓨전사극은 역사적 사실에 어느 정도 충실함을 보이는 정통사극과는 달리 역사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작품 내부의 문화적 소재에 의해 과거가 현재로 재구성되는 사극인 만큼, 현재의 사극 열풍은 우리 역사 현실의 위기와 사회 병리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건강할 때에는 자기 몸에 대해 어떤 자각도 느끼지 못하지만, 병이 들면 그동안 살아 왔던 삶에 대한 자기반성까지 하게 된다. 그렇듯 한 국가와 민족이 위기상황에 직면하면 할수록, 자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간다. 역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역사 감정만으로 충족시키는 사극은 마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사극을 통해 역사 정보까지 습득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 꼭 필요한 것은 역사 감정을 관리할 줄 알게 하는 교육이 우선되어야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제작자나 작가들은 대중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줄 의무도 함께 져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주몽>처럼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은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팩션드라마로 제작할 때에는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이 시사하는 역사적 의미를 더 깊게 고찰해야할 것이며 이를 위해 사전에 철저한 자료조사와 전문가를 통해 감수한 후에 드라마로 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역사적 기록이 적음을 핑계로 깊이 없이 해석되는 것은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역사가 갖는 의미는 그저 시대상황에 맞게 국민정서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가능한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하여 가감 없이 냉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의 의미를 해석하여 알리려는 노력은 대중이 보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그러므로 제작 측과 작가는 무엇이 사(史)이고 무엇이 극(劇)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허구를 가미하되 최소로 자제하고 사실에 가깝도록 해야 할 것이며 각색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과 허구에 대한 부연설명이 분명히 따라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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