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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웰다잉(Well Dying) 2018-01-06 21:14:42

2006-12-07 1313

2000년부터 우리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삶을 더 풍요롭고 더 인간답게 살 것인가 하는 웰빙(well-being)에 맞추어져 왔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복지와 안녕과 행복을 뜻하며 우리말로는 ‘참살이’라 한다. 이는 물질적인 풍요에 치우친 첨단과학과 산업사회에서 건강한 육체와 정신의 조화로운 결합을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인 문화 현상으로 볼 수 있었다. 웰빙의 유래는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히피주의에서 연관성을 찾기도 하고, 환경친화적이고 생태학적인 에너지 효율적 제품을 선호하는 로하스족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들은 육류 대신 생선과 유기농산물을 선호하고, 단전호흡과 요가의 명상요법과 취미 생활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추구해 왔다. 이런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웰빙족이라 불렀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웰빙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웰다잉(well dying)에 대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의학의 발달과 함께 점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고령화시대를 맞이하게 된 만큼 인생의 마무리를 밝고 아름답고 품위있게 하고자 하는 문화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통계청은 100세 이상 노인들의 소망을 조사했더니 편안히 죽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었다고 한다. 결국 웰빙의 끝은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인 웰다잉으로 완성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잘 먹고 잘살자는 웰빙문화가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웰다잉 문화로 진화했다. 이에 요즈음, 웰다잉에 대한 연구모임이나 강좌 그리고 보험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다. 웰빙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물질적인 투자라면 웰다잉은 내면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정신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환경오염과 날로 대형화되어가는 사건사고와 불치의 병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주변에 언제 죽음이 닥쳐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죽음들은 결국 우리들 자신의 한부분의 죽음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친척의 일이고 이웃의 일이므로 나의 일부분의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 주변의 죽음들은 우리의 예행연습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삶은 불확실의 과정이지만 죽음은 삶의 확실한 마지막이므로 엄숙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도리어 축복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삶은 주워 담을 수 없는 쏟아진 물과 같다. 그러므로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죽음을 맞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므로 웰다잉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 지에 대한 반성과 깨달음을 가져온다.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아가는 웰다잉 문화로 인해 어떻게 사는 것이 그럼 잘 사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보게 한다. 그 물음에 불교의〈잡아함경〉에서는 지나간 일에 대해 근심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집착하지 말며 현재에 얻어야 할 것을 따라 바른 지혜로 최선을 다할 뿐, 딴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현재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삶이라면 더 이상 욕심낼 일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희망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으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것인가와 자신이 즐거우면 주변까지도 즐거울 수 있다는 삶은 최상의 웰빙이요, 최상의 웰다잉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현상은 변화와 혁신 속에서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가치관도 흐려져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쉽게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시대에 어쩌면 웰다잉이 바람직하게 자리 잡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어쩌면 모든 것에 과도기가 있게 마련인 만큼 웰빙의 끝에 웰다잉이 놓여있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얼마 전, 자연장에 대한 인식을 논한 적이 있지만 웰다잉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웰빙이라 할 수 있으며 진정한 웰빙을 해야 또한 웰다잉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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