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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얀거탑 2018-01-06 22:29:15

2007-03-14 1195

야망을 향해 질주하던 한 천재의사의 삶을 조명한 하얀거탑이 18회로 막을 내렸다. 인터넷에는 근래 최고 드라마라는 글이 넘치고 스페셜방송을 해달라는 청원운동까지 하고 있다. 시청자는 물론 극중 배역을 맡은 배우들도 울고 심지어 실제 직업의사들도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게 한 드라마, 무엇이 그토록 모든 사람들을 공감하게 했을까? 어설픈 화해나 두루뭉술한 해피엔드를 택하기보다 캐릭터의 성격을 극한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오히려 짙은 여운을 남겼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주연과 조연들의 빼어난 연기력은 출생의 비밀이나 연애놀음에 싫증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적 재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장준혁, 그는 숨이 끊기는 그 순간까지 메스를 놓지 않아 뼈 속까지 외과의였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들은 물론 극중 인물들이었던 배우들도 울었다한다. 시청자들은 야망에 가득 찬 장준혁을 미워하지 않고 도리어 옹호한다. 인간이기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그대로 보여준 가장 인간적인 부분에 많은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극찬했던 것이다. 또한 시청자들은 촬영을 마친 배우들이 후유증을 앓고 있을 만큼 극중 역할을 맡은 주연조연 모두는 각자 맡은 역할에 온전히 하나 되기 위해 몸부림쳐 왔음을 느꼈다. 맡은 인물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과정이 느껴져 일부역할은 실제 직업의가 아닌가 질문을 받아 아니라 답변까지 했다 한다.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노력을 시청자들은 먼저 안다. 시청자들은 의사 장준혁을 살려달라고 매달렸지만 원작 그대로 드라마를 끝냈다. 일부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이 살려달라면 살려주며 시청자들을 의식했지만 하얀거탑은 일관성을 지켰다. 죽음 앞에서는 너무도 나약한 한 인간을 그려낸 드라마였다. 그리고 언제 죽는냐가 아니라 어떻게 죽느냐로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병리학과 교수에게 편지를 남겨 자기 병의 진행상태를 상세히 알리며 자신의 시신을 기증했다. 악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꽃같은 생을 살아간 그의 죽음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오랜 시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장준혁은 야망에 불타는 외과의사이고 최도영은 양심에 충실한 내과의다. 장준혁은 후배나 제자 의사들을 휘어잡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는 그들을 ‘애들’로 다루며 강한 보스기질을 발휘하지만 최도영은 서열의식을 초월해 의사를 독립된 인격체로 여긴다. 이제 시청자들은 선한 역할 선한 사람들이 받는 피해에 함께 동승해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결국 인간적인 최도영이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우리사회구조의 일반적인 면모를 드러낸 드라마로 우리사회의 인맥 만들기 전쟁을 보여주기도 했다. 보스에게 충성하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보장해준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두려워하는 인간 본연의 자기방어, 장준혁도 가장 권력 있는 과장이 되기 위해 몸부림쳤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인간적 유대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처럼 비리나 부조리가 사회에서 완전히 제거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정치계에서도 어느 대통령은 지금도 자신을 옹호하해 주었던 사람들을 끝까지 감싸 안고 뒤를 봐주고 있다지 않는가. 인맥 만들기는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아는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더욱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하얀거탑’은 야망을 향해 질주하는 출세주의자 장준혁을 통해 인간의 욕심과 타락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어느 누구도 그의 행동이나 생각이 올바르다고 주장하지는 못하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이에 도덕적인 최도영보다 현실적인 장준혁이 더 사랑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하얀거탑’은 한 차원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춘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로 장을 열었다.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를 보았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점점 더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수준을 의식하는 수준 높은 드라마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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