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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파피붐 (Papy Boom) 2018-01-08 00:49:55

파피붐 (Papy Boom)

2009-06-23 1266

최근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면 통화가 되지 않거나, 어쩌다 통화가 되어도 안부전화라 생각되시면 “별일 없으면 됐다.”라며 끊으시곤 하셨다. 그러기를 수 차례 두세 달 동안 통화 한번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며칠 전 일요일, 휴일에는 통화가 가능하시겠지 싶어 아침 일찍 전화를 드렸다. 일요일인데도 바로 나가야되니 용건만 이야기하라신다. 건강도 염려되고 한편 서운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젊은 너보다 건강하니 염려 말라시며 어머님이 바쁘신 이유를 설명하시더니 얼른 수화기를 내려놓으셨다. 70세를 넘기신 친정어머니의 목소리는 활기가 넘쳐 정말 건강하신 듯 느껴졌다. 어머님은 ‘노년은 제2의 새로운 인생이다’라는 캐치프라이즈에 걸맞도록 그동안 하고 싶으셨던 국악과 서예를 하고 계셨으며 연로하신 몸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돌보고 계셨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노년하면 ‘남은 시간을 한가롭게 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노년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노년이란 남아도는 시간이 아니고, 한가하고 심심한 시간도 아니다. 자식들에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력과 열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인 60년대의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6~70대가 되어 ‘파피 붐’을 이루고 있다. 파피 붐이란, 베이비붐을 말하는 프랑스 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삶의 모습을 개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노년층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말하기도 한다. 춤을 즐기며 즐거워하는 노인들, 심지어 젊은이들이 하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나 자전거여행 동호회를 만들어 즐길 정도로 ‘열정적인 노년’을 보내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젊은 날 직업을 살려 음악활동을 하거나 호스피스에서부터 관광 가이드 등 전문적인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유럽은 물론 아시아권인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중국의 공원이나 일본의 공원에는 아침 일찍부터 노인들이 운동을 하거나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무료 공연을 펼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고집스럽고 이기적이라는 통념을 벗어나 온몸으로 새롭게 인생을 개척해 가는 노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행복한 노후를 위해 젊은 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 되기도 한다.

최근 국민의 엄마라 불리는 68세 김혜자씨는 패션화보 모델로 등장했다. 그 이전 이미 10대와 20대들의 전유물이었던 패션모델 직종에 시니어 세대가 도전장을 던지는 등 여기저기서 경력과 경험을 경쟁력으로 삼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은퇴 후에도 계속 사회적인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일이야말로 자신이 사회 속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또 본인과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심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은퇴 전보다 더 활동적으로 살고 있는 노인들의 표정이다. 그들은 밝고 활기차며 남을 이해하는 너그러움과 자기애를 갖고 있다. 젊음이란 신체나 외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결국 나이는 수치에 불과하다.

‘노인’하면 ‘노약자’, ‘경로우대’, ‘지팡이’, ‘노인대학’ 이란 단어가 먼저 떠올랐지만 이제는 한 때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대로 거듭나 ‘청년 같은 노인’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과 사회를 위해 새롭게 사는 어른의 모습, 참으로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잠시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 감정이 죄송함과 감사와 존경으로 바뀌며 활기차고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되짚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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