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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 박경리 선생님을 그리며 2018-01-07 21:14:32

고 박경리 선생님을 그리며   2008-09-01 1103

지난 9월 27일, 안산예당에서의 성황 굿․춤 예술제 공연 후, 각기 다른 예술 활동을 하는 선생님들과 끝없이 차를 거르며 이야기를 즐기는 분을 찾아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각자 사회적인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하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순수한 예술성을 지켜나가는 여성들을 보며 같은 여성이지만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러한 여성들로 인해 사회가 정화되고 여성들의 지위가 금방 드러나지는 않지만 조금씩 위상이 높아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처럼 소신 있고 주체성을 가진 여성들이 여러 행사와 단체에도 적극 나서서 일을 추진해야 될 텐데 그들은 대부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곤 한다.

특히 예술계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분들이라 사회적인 참여가 더 소극적이어서 안타깝단 생각을 하는데 무용을 하시는 한 분이 연세 지극하신 한 문학인의 근황을 물으며 어떤 분인가를 물어왔다. 그분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들을 이미 듣고 있던 터라 단순히 소문으로만 아는 내용이라면 덮어주어야겠다 싶어 존경받는 분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실망한 눈빛을 역력히 보이며 어떤 부분이 존경받느냐고 따지듯 예민하게 다시 물어왔다. 문학성과 교수역할에 있어 존경받는다고 얼버무리듯 대답하면서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평소 글과 글을 지은 사람은 그 품격이 같아야한다고 생각해 왔던 필자는 한 문학인의 극명한 이중성 이야기를 듣자 그만 부끄러워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 순간, 문학하는 사람들은 상업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고 박경리 선생님이 그리워졌다.

선생님은 “간혹 상업적인 사고를 가진 문학인들을 볼 수 있는데, 진정한 문학은 결코 상업이 될 수 없다. 문학은 추상적인 것으로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컵 같은 것이 아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정신의 산물을 가지고 어떻게 상업적인 계산을 한단 말인가? 문학은 오로지 정신의 산물인데, 그렇게 하면 올바른 문학이 탄생할 수 없다. 나는 출판사에서 저자 사인회를 하는 것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이중성을 볼 때처럼 기분 나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명예나 돈 같은 것은 별것 아니다.”라고 하시며 나의 삶은 내가 살아가는 그 순간까지만 내 것이지 그 후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강조하셨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다리 저는 고양이와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일이며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못나고 불쌍한 것들을 껴안고 가엾이 여기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이다”라고 하시던 선생님이 가신 지 어느덧 100일이 넘었다. 감투를 쓰지 않아도, 드러내어 나서지 않아도 빛이 나고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선생님을 통해 더 자주 깨닫곤 했었다. 선생님은 이처럼 공인의 자세에 대해 누구보다 철저한 철학을 가지고 작품으로 사회적인 역할을 위해 최대한 충실하신 우리 문단의 거성으로서 문학인은 물론 일반 독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모든 여성들의 자부심이 되어주셨다.

그렇다. 세상이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로 변화하면서 무늬만 예술인인 사람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어느 땐 예술인으로서의 덕망을 갖춘 분들이 구설수에 오르는 실수들을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실수를 계속하지는 않는다. 예술성이 높고 깊음은 남들이 먼저 안다. 그런 만큼 그분들은 누구보다도 자존심을 지켜 다른 이들로부터 질타 받는 행동은 적어도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예술세계에서 존경받는 많은 분들이 공적인 일에 잘 참여하려하지 않는다는 데서 어쩌면 문제가 발생하는지 모른다. 어느 분야든 실력 있는 전문가들은 작품 활동 전념을 위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지만 때로 전면에 나서 주어야할 분들이 나서지 않음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감투와 명예를 얻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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