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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에게 최고의 스승은 누구일까? 2018-01-13 21:31:06

나에게 최고의 스승은 누구일까?        2011-05-17         1169

어느 날 자신의 멘토가 되어 줄 위대한 스승을 찾아 한 소년이 길을 떠났다. 위대한 스승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소년은 많은 시간을 낭비하며 방황하였고 그러던 어느 날 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던 중 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소년이 방황하고 있는 이유를 물은 후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위대한 스승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지금 곧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러면 한 사람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뛰어나올 것이다. 그분이 바로 네가 찾는 ‘가장 위대한 스승’이란다.” 소년은 위대한 스승을 만나기 위해 단숨에 집으로 달려갔다. 소년이 대문을 두드리자 한 여인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뛰어나왔다. 소년이 찾는 “가장 위대한 스승”은 소년의 어머니였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 잘되는 것이 지상 최고의 목표이다. 그런 만큼 자식을 옳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가장 헌신적인 사람이며 훌륭한 조력자요, 멘토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결해주려고 애쓰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앞둔 며칠 전, 나의 어머니는 전화를 하셨다. 어버이날 오지 말라는 전화였다. 이유는 2주일 후면 서울에서 사촌의 결혼식이 있으니 그때 보면 된다는 것이었고 친구 분들과 어버이날 근처 바닷가에 가셔서 회를 드시기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으니 와도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쉬워하자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으셨다. 간곡하게 말씀하시니 그러겠다고 했다. 마음 한 편에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주말 귀경길 모습이 떠올라서 잘되었다 싶어 어버이날 부모님을 뵈러가는 계획을 접고 용돈을 송금해드리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 양 마음을 가벼이 했다. 어머니는 평소에도 무언가를 사드리겠다고 하면 항상 이미 샀다거나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하시며 쓸데없이 돈 쓰지 말라고 하셔서 정말 어머니는 갖고 싶은 것이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어머니께 선물을 사 드린 지 오래되었고 생신이나 결혼기념일까지도 선물보다는 현금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5월 7일 오전 10시경 전화를 드렸는데 아직 자리에 누워계시는 것이었다. 평소 부지런하고 건강하기로 소문난 나의 어머니에게는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이었다. 어디가 많이 안 좋은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간다는 전화 연락 없이 어머니를 뵈러 갔다. 어머니는 많이 놀라면서도 무척 반가워하셨다. 회 드시러가는 계획은 딸 생각하시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구정 이후 뵙지 못했던 어머님은 많이 수척해지셨다. 그동안 고뿔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건강하셨던 어머니는 구정 후 시작된 감기증세를 떨쳐내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는 어느새 80을 바라보시는 노인이신데 나는 항상 젊은 어머니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와 통화하면 아버지의 건강을 여쭤보고 아버지와 통화하면 어머니의 건강을 여쭤보는데 두 분의 대답은 항상 일관되었다. “아빠 엄마는 다 건강하니 너희들 건강이나 잘 챙겨라. 그것이 효도하는 것이다.”였다. 나는 아버지께 불효막심하게도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다고 왜 말씀해주시지 않았냐고 따지듯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네 엄마 성격이 보통이냐? 너희들 걱정한다고 입 벙긋하지 말라고 하니 내가 말할 수 있었겠니.”라고 하셨다.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부모님의 사랑! 그동안 불효한 마음이 죄스러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해마다 덕담으로 “올해는 잘 될 것이다”라고 하셨고, 힘들고 어렵다고 징징거리면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추운 법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너는 잘되는 사주를 타고 났다“고 늘 희망을 주셨다. 나는 해마다 부모님께서 해주신 말씀의 마법에 걸려 어려운 일들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고인이 되신 박완서 선생님은 자식에게 엄마란 이불과 같아 더우면 차 버리고, 추우면 끌어당기는 존재라고 하셨다. 그 말이 나를 두고 한 말처럼 느껴져 더더욱 죄스러웠다.

즐거울 땐 어머니라는 존재를 잊고 있다가 어렵고 속상하고 힘들면 가장 먼저 넋두리를 늘어놓고 짜증을 부렸던 어머니!

어머니는 항상 나의 샌드백이 되어주셨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마술 램프였으며 영원한 지지자이자 멘토였다. 나의 어머니는 자식들과 약속을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셨다. 그러나 나는 타인들과의 약속은 잘 지키면서도 자식과의 약속은 자주 어겨 엄마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는다는 소리를 듣는다.

어버이날을 맞아 나는 내가 얼마나 불효한 자식이고 얼마나 형편없는 엄마인지를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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