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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종의 미 2018-01-07 14:24:51

유종의 미 2007-08-08 1121

2006년 월드컵이 끝난 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축구협회는 곧바로 베어백을 대표 팀 감독에 올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재 이번 아시안게임의 이라크 전에서 승부차기로 패배하자, 우리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베어백 감독을 경질해야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사람들은 베어백의 단순한 전술을 가장 문제 삼았으며 언론은 무색무취하다며 아예 대놓고 비난했다. 그러나 일본전에서 승부차기로 이기고 나자 베어백에 대한 인기는 다시 상승되어 여론몰이란 무서운 것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베어백이 자진사퇴하겠다고 발표를 하여 초유의 상황으로 다시 붉어졌다. 그것을 보며 우리 인간들의 단순한 사고나 감정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무색함을 느껴 씁쓸해졌다. 보이고 들리는 데로만 따라 움직이는 우리들의 생각이 이제 좀 더 신중해지고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순수하게 경기력으로만 평가해 보면 수비력에 있어서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뒤떨어진 경기력은 사실이다. 그러나 직접 부딪히며 함께 생활한 선수들이 베어백 자진사퇴를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 베어백만의 노력은 분명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 5년 동안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코엘류,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중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포백 수비를 베어백은 신인 선수들로 어느 정도 구축해 놓았다 할 것이다. 비록 그 전술이 두 명의 수비형 미들을 내세우며 재미없는 경기가 되긴 했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가장 수비조직력이 탄탄했던 팀으로 평가받아도 무방하다 생각한다. 이에 베어백 자신은 자진사퇴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리라. 자진사퇴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압력을 느끼며 그는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님을 비쳤었다. 그것을 국민들은 남은 연봉이 생각나 밀고 나가려는 것이라고 또 다른 생각으로 앞서갔다. 베어백은 이라크전 인터뷰에서 현 대표 팀의 공격력을 문제 삼자 상당히 심기 불편함을 드러냈었고 지금 대표 팀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세계 축구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 발언으로 팬들과 언론들은 더 분노했고 결국 축구협회도 베어백 경질을 생각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동안의 과정과 전술적인 부분을 떠나 베어백 그의 머릿속에는 장기적인 어떤 플랜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그렇다면 너무 성급하게 그를 몰아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아시안 컵에서는 핵심전력이 빠진 상태의 출전이므로 공격진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결국 본인은 K리그와의 싸움이 그를 고립시켜 선수 차출 등에서 힘들게 했고 언제나 이기기만 바라는 우리국민들이 부담스러워 사퇴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보아야할 것은 계약이라는 것은 하나의 신성한 약속이고 믿음이다. 히딩크 이 후 7년 동안 4명의 감독이 바뀌었다. 매번 이렇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감독이 경질되거나 자진사퇴한다면 다음에 어떤 명장이 한국에 오려할까? 우리의 수준은 생각하지 않고 항상 높고 빠른 결과만 바라는 것은 우리에게 문제가 많다할 것이다. 외국에서도 한국

축구 대표 팀 감독의 자리를 ‘독이든 성배’라고까지 표현한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성급한 판단들이 선수들의 기량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 기회에 많이 반성해야할 것 같다. 일정한 기간을 주고 그 결과를 묵묵히 지켜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선진화된 의식일 것이다. 어쨌거나 여러 정황상 물러날 때를 정확히 파악하고 깔끔하게 물러나며, 한국의 축구 앞날에 더욱 큰 발전이 있기를 빈다는 말을 하며 떠나는 베어백을 보며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교훈은 유종의 미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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