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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사랑하는 사람 2018-01-07 23:49:02

내가 사랑하는 사람     2009-04-28 1341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안치환의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는 후배와 정호승 선생님의 시를 좋아하는 필자는 안치환과 정호승 시인의 라이브 콘서트에서 만남을 가졌다. 시詩에 가락을 입힌 안치환의 노래는 마음에 더 깊은 여운을 주었으며, 시詩와 음악을 동시에 접할 수 있음은 문화적 욕구충족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배가 되게 하였다.

정호승 시인과 가수 안치환의 만남은 가수로서 시인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사회적인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었다. 서정적이라는 공감과 소외된 주변인들의 고단하고 팍팍한 사연 많은 삶을 아궁이에 지펴 모락모락 따스한 기운으로 피어나게 하여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세상을 덥히는 땔감은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는 주변인들, 거대한 힘에 눌러 사는 소시민들의 애절한 삶이라고 설파하며 그 서럽고 억울한 삶들이 바라는 것과 자신의 바람을 섞어 삶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방법을 작품을 통해 알려준다. 정호승 시인은 70년대와 80년대 한국 사회의 그늘진 면을 슬프고도 따뜻하게 그려내며 한 때 고통을 겪기도 했지만 그것은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구절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문학적인 깊이로 승화되었다.

안치환은 1980년대 중반 민중가수로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후 록 가수로 자리 잡으며 자신의 노래 자신의 음악을 찾아 대중과 함께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회적인 가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찾아간 대표적인 가수라 할 수 있다. 우리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서정적이면서도 호소력 있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현실을 일깨워온 살아있는 시대정신을 가진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은 서정성에 있음을 정호승 시인과 가수 안치환은 간과하지 않았다. 서정성이 주는 공감과 성찰과 위안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두 분의 아름다운 인연을 보며 더 없이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보면 조금 희망적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삶이 어렵고 힘들다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음악과 미술과 문학의 역할이 빛을 발휘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늘과 눈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란 구절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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