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글 읽기
제목 여성과 점 2018-01-07 23:15:07

여성과 점

2009-02-16 1094

 

오랜만에 연락이 온 한 친구를 만났다. 그녀와 만난 곳은 서울의 한 전철역사 안이었다. 부산이 고향인 그녀는 힘껏 포옹을 하더니 다짜고짜

“니, 내캉 갈 데가 있데이. 차 마시며 야기하고 밥 묵자. 암튼 따라 온나.” 그녀에게 이끌려 따라간 곳은 현대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분위기 있는 찻집이었다. 꽤 많은 사람들, 그 중 80%는 여성들이었다. 말로만 듣던 사주 까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다가와 예약한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려주었고 친구는 필자의 등을 떠다밀었다. 한복차림의 점술인이 있는 방으로 안내되자 그는 컴퓨터에 저장된 프로그램에 생년월일시를 질문하여 입력하더니 묻지도 않은 올해에 일어날 일들과 지난해까지 있었던 일들을 읊었다. 그리고는 믿거나 말거나 나쁜 소리는 아닌 올해의 운세와 앞으로 조심해야할 일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이 말한 것 외 다른 것을 물어보려는 나의 의도를 읽은 듯 물어볼 필요도 없다며 내년에 다시 오거나,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그 때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프린트로 월별 운세를 출력하더니 나가서 읽어보라고 재촉하듯 친절하게 문까지 열어주었다. 약 20여분! 머쓱하여 나오자 친구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점술인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교사이고, 그녀의 남편은 공기업에 다니고 있어 누가 보아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친구다. 그런데 무엇이 궁금하여 운세를 본다고 쫒아 다니느냐고 묻자

“사람 사는 거, 고난이 아닌 게 어디 있나. 안 그러면 삶이 아니제. 왜 그리 일도 많고 문제도 많은지. 내는 크게 욕심 안 부리는데도 일이 잘 안 풀린다 아이가?”라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넋두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그리고 운세를 보는 것은 뭔가 위안이 되고 나쁘다면 조심하게 되어서라고 했다. 그것은 습관처럼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신년이 되거나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점집이나 철학관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라 한다. 지금 세계적인 불황을 몰고 온 근원지 미국, 그것도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로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월가사람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면 점집을 찾는다고 한다. 그들은 선진 국민답게 경제가 어렵거나 돈줄이 막히면 자산관리사나 경제전문가를 찾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그들도 점집으로 몰려가 방향을 묻는다는 것이다.

80년대 말, 어느 종교집단에 의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진 ‘사주카페’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내렸다. 무당집 분위기의 점집이 아니라 산뜻한 인테리어에 차를 마시는 만남의 장소 까페로 변신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복지정책이 최고인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자살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어쩌면 고뇌할 만큼 힘든 일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어렵고 힘든 일들은 자신이 겪어야 할 삶이다. 더 낮고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못 견뎌낼 것이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자세이다. 슬프고 힘든 일을 넘기고 나면 지혜가 생겼음을 경험할 때가 많다. 결국 어려움은 자신의 성숙을 돕는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은 ‘감성적’이어서 종교나 점술에 더 심취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한 조건과 모성에서 기인하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점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될 일은 점집이나 철학관이 하나의 상술로 전략하여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그들이 말하는 것을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말을 상기해 본다.

facebook twitter hms

글 읽기
이전 어려울 때일수록...... 2018-01-07 23:13:54
다음 구체적인 것을 원하면 이루어진다 2018-01-07 23:17:1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