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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과 예술의 만남 2018-01-07 18:01:45

꽃과 예술의 만남      2008-05-02 1760

– 안성 청류재수목문학관을 다녀와서

세상이 온통 꽃밭이다. 차에서 내다보는 전경도 꽃세상이고 집안 베란다에서 내다보는 전경도 꽃밭이다. 꽃들의 잔치에 유혹되어 걸음을 옮기면 유채꽃 광장이 샛노란 반가움으로 수줍게 반긴다. 다시 튤립광장을 찾아 가면 만개한 튤립송이들이 하늘을 향해 합창하듯 샛노랑과 샛빨강으로 어느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개성을 맘껏 뽐낸다. 심지어 수신되는 메일마다 봄소식을 전하는 벚꽃 잔치부터 개나리 진달래 영산홍들이 활짝 저마다의 자태를 봄내는 태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그에 취해 바쁜 척하던 일정을 접고 내친 김에 꽃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올해 열여섯 번째 맞는 청류재수목문학관을 다녀왔다.

좋아하는 문학인 두 분이 함께하여 시종일관 즐거웠다. 네비게이션조차 우리들 이야기에 취했는지 입을 닫아 안성 톨게이트를 곁에 두고 지나쳐버렸다.

돌고 돌아 찾아간 안성시 보개면 동신리 682번지 청류재수목문학관!

이미 많은 소설가,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등 여러 유명한 문인들과 미술인 평론가 음악인 등 예술계를 총망라하여 많은 분들이 꽃들과 동침하고 계셨다. 서울은 물론 부산, 강릉에서 오신 분들도 계셨다. 뵙고 싶었던 분들을 그곳에서 뵈며 뵙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으면 언젠가는 뵙게 된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신규호 현대시인협회 회장님을 비롯하여 오세영 전 한국시인협회회장님, 원로시인 김광림 선생님, 술 없이 무슨 재미로 살까 싶던 그 좋아 하는 술을 건강때문에 참으시는 소설가 윤후명 선생님 등 대단한 문단 어른들을 뵈는 느낌이 감개무량했다. 바로 눈 앞에 계셔도 모를 만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어른들을 뵈며,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예술인들도 시간의 흐름은 피할 수 없나보다 싶어져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깊은 사색에 잠기게도 했다.

아름답고 낭랑한 목소리로 박두진님의 시를 비롯한 청록파 시인들의 자연을 제재로한 시가 암송되고 꽃과 잘 어우러지는 시 낭독과 가수들의 노래가 한껏 흥을 돋우는데 심상치 않는 비바람이 한차례 지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운이 감지되었다. 우리들 만남을 시샘하는가? 그러나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전형적인 봄날이 펼쳐지며 꽃과 예술의 만남은 더 한층 고조되었다. 조용히 자리를 떠 3천여 평이라는 수목원을 돌아보았다. 사시사철 계절 꽃들과 야생화들의 이름표들이 눈길을 잡았다. 그 중 아직 때가 아님을 알리는 상사화 이름표 앞에서 정문규님의 상사화 시 한편이 반긴다. 꽃이 필쯤이면 잎이 모두 시들어 없어지기 때문에 잎은 꽃은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청류재문학관은 안성이 낳은 김유신 시인이 수목과 야생화를 40년간 가꾸어온 곳으로 지난해 12월 개인의 문학관이 아닌 우리 문단의 사료가 될 청류재수목문학관으로 한국 문학관협회에 등록된 곳이다.

봄은 꽃 축제와 더불어 문학모임의 축제이기도 하다. 5월 한 달 문학모임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몸은 하나이되 가고 싶은 모임들이 많아 행복한 비명이지만 한편 가지 못하는 서운함에 아쉬움이 자리한다. 청류제 수목원을 나오며 봄이 되면 가장 좋아하는 하얗게 무리지어 핀 싸리 꽃 밭길을 잊지 못하는 나의 전생은 무엇인가도 생각해보았다. 하얀 싸리 꽃을 보면 아름다운 영혼들의 모임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그 때마다 앞으로 10년 후쯤이면 사시사철 유실수들이 주렁주렁 열리고 사계절 아름다운 계절 꽃들이 만발하는 정원이 꾸며진 집을 지어 좋아하는 사람들, 보고 싶은 사람들을, 작품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방을 내어주는 일을 꿈꾸곤 한다.

청류제 수목원에서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이미지는 바로 어름덩굴에 핀 어름 꽃이었다. 조각 같기도 하고 생화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언가 단단한 각오를 새기고 있는 듯 고고하고 범상치 않은 자태가 압도하며 다가왔다. 은은한 보랏빛이 귀티를 더했다. 우리는 못내 헤어지기 아쉬워 유채 꽃 밭길을 돌아 소주 한잔과 대면하고서야 헤어졌다. 유난히 선명한 꽃들이 더욱 만개한 올해의 봄은 너무도 풍성하여 무언가 좋은 일을 예고하는 서곡인 것만 같다.

내년 청류재에서는 올해보다 더 건강해지신 문학인들을 다시 뵐 수 있게 되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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