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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와의 고스톱 2018-01-07 22:49:21

어머니와의 고스톱        2008-11-11 1233

80세 연세에 심장이 안 좋으셔서 올 한 해 세 번이나 쓰러지셨던 어머니!

하루 종일 침대와 화장실만 겨우 왕래하는 정도라 바깥출입은 꿈도 못 꾸셨다.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다고 강아지 키우기를 반대하시다가, 예쁜 손녀의 애교에 마지못해 허락하시고도 어쩌다 강아지가 곁에 오면 손사래 치시던 어머니! 얼마나 적적하셨으면 이제는 강아지가 어머니의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그런 어머니에게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있다. 바로 저녁 설거지가 끝난 9시부터 10시 반까지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하는 놀이시간이다. 놀이는 바로 고스톱이다. 적적해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10원짜리 동전 150개를 오십 개씩 나누어 고스톱을 시작했다. 며느리와 아들이 따 가면 “아이구!” 탄식 하시고, 어머니가 설사를 하면 정말 배 아픈 얼굴이 되신다. 물론 설사한 걸 어머니가 따 가시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 어쩔 줄 몰라 하신다. 그러니 자연히 어머니께서 승리하셔서 기분 좋게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어머니의 점수가 날 때까지 ‘고’를 부른다. 어느 새 12시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 동전은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아내와 나의 동전은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다. 어느 날, 다시 고스톱시간이 돌아와 판을 펼치고 동전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어제 밤 새끼를 쳤는지 동전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이게 웬 거지?’ 하는데 어머니께서 조용히 말씀하신다. “너희들이 돈을 너무 많이 잃어서……” 어머니께서 몰래 넣어주신 것이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300원은 되어 보였다. 나와 아내는 부자가 된 듯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언제 또 쓰러지실지 모르는 우리 어머니! 이 못난 아들, 며느리와 재미있게 고스톱 치시며 부디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저녁을 함께하는데 금방 일어나야 한다기에 그 사유를 물었더니 어머니와 고스톱 칠 시간이 다 되어 들어가야 한다며 어머니와의 고스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가 참으로 존경스러웠고 자랑스러웠다. 그의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부모 말씀도 잘 듣고, 학교에서 학생회장까지 하는 등 많은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모범생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부끄러움과 함께 많은 반성을 하며, 한 때 인천시의회 의장직을 맡았던 심회장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분은 수없이 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부모님께 다하지 못한 효도를 위해 십 수 년 간 어려운 노인 분들께 무료급식을 하고, 경로잔치를 열어 주시는 등 노인문제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셨고, 자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모님을 40여 년간 모셨던 분이시다.

“베풀면 베푼 것 이상 돌아옵니다. 특히 부모에게 잘하는 것은 자식을 잘 되게 하는 가장 큰 교육입니다. 자식을 위해 별짓 다해도 부모에게 잘하는 모습 보여주는 것 이상은 없습니다. 저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꿈에 노인 분들이 나타나셔서 지혜 주시는 것을 경험합니다. 참 불쌍한 사람들이 오늘의 노인들입니다. 한 때 경제발전을 이끈 주역들입니다.

요즘 젊은 아빠 엄마들 “너만 최고다. 너만 최고다. 100점 맞았어? 뭐 사줄까, 뭐 사줄까.” 하지 말고 속으로 예뻐해야 합니다. 오냐오냐하면 대부분 실패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자녀교육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과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다. 청소년의 비행과 부모에 대한 불경이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추락하여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때 자신의 덕을 쌓는 길, 베푼 것 이상 받을 수 있으며 자녀가 잘 되게 하는 길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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