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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세스 네팔 이야기 2018-01-14 17:23:32

미세스 네팔 이야기              2013-10-01 1013

 

일생에 한번 하는 결혼식에서 감명 깊은 주례사를 듣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얼마 전 00농협조합장님이 해 주신 결혼식의 주례사는 식장이 숙연해지고 훌쩍 훌쩍 눈물 훔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훌륭하고 감명적이었다.

주례사의 내용 중 감명을 준 핵심은 신랑의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주문한 예단 이야기였다. 며느리를 맞는 시어머니는 일생을 봉사활동에 몸 바쳐 온 분으로 만원이 넘는 옷을 사 본 적이 없는 검소한 분으로 결혼식의 예단 예물도 간소화하자며 “아무것도 필요 없다. 네가 우리 아들의 아내가 되고 나의 며느리가 된 것이면 족하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며느리 되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은 만큼 다른 무엇으로라도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하자 어느 날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Future Star English School’을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한 등이 굽은 장애를 가진 학생 아스미타를 도와주겠냐고 제안하여 그것으로 예단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아스미타는 부모를 일찍 잃어 삼촌의 보살핌으로 어렵게 살아왔던 만큼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의사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목표로 가진 의학도이다. 그런 그녀는 의학 공부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곱사라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을 구겨 넣고 달리는 작은 버스에 몸을 싣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시어머니는 아스미타가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들과 며느리를 불러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여동생 한명 있으면 참 좋겠지? 아스미타를 동생으로 삼아서 그 애가 학교 근처에서 자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렴. 둘이서 알뜰살뜰 절약하여 조금씩 모아두었다가 매년 결혼기념일에 동생에게 생활비로 보내주는 것을 나에게 주는 예단이라고 생각하고 해주면 어떻겠니? 그리고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동생이 의과 대학을 졸업하는 날, 그 졸업식에 참석하렴.”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것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받은 예단이 아니라 아들과 며느리에게 주는 결혼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멋진 시어머니였다.

멋진 시어머니는 안양에서 나고 자란 분으로 안양여고에서 1,2등을 하여 본인의 장래는 물론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라고 하였지만 당시 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사회복지학과를 가기 위해 중앙대학교에 입학하였던 김옥규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복지관에서 ‘Sommer School’ 자원교사로 수년간 봉사한 것을 계기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네팔 카투만두의 밀루 지역에 있는 ‘Future Star English School’에 학교 운영비는 물론 장학금까지 지급하여 그곳에서는 김옥규 선생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분이다.

주례사를 통해 멋진 삶을 살고 계신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네팔에서 도움을 준 600여 명의 학생들과 교사들, 학부모들을 통해 봉사자로서의 보람도 얻었지만, 그보다는 인간적인 교훈들을 수 없이 많이 받고 있음을 고백한 ‘미세스 네팔이야기’라는 책을 접하게 되어 그분의 훌륭함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사는 것이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결혼식장까지 잡아놓고도 예단 문제로 혼인이 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에 비하면 딴 나라 사람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이처럼 검소하고 실용적인 결혼식을 통해 더 가치 있고 더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 자체로 경제 침체로 힘들어하는 마음에 가뭄 날 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처럼 위안을 받았다. 네팔 어린이들 의 희망인 학교건립에 필자 또한 작지만 후원인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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