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글 읽기
제목 달이! 별이! 청이 2018-01-14 17:28:53

달이! 별이! 청이             2014-03-18 919

5년 전 3월 어느 날, 그날은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와 함께 부슬부슬 봄비가 내려 두터운 겨울 스웨터가 생각나는 날이었다. 그날 저녁시간, 고등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전화로 아파트 입구의 벤치 아래에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는 유기견이 있는데 데리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 목소리는 데리고 갈 테니 허락해달라는 간절함이 묻어있어서 그러라고 했다. 그렇게 데려와 보살핀 녀석의 이름은 달이다. 달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찾았던 동물병원에서 내린 판정은 심한 영양실조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달이를 우리는 정성껏 돌보았다. 그러자 언제 시한부 판정을 받았냐는 듯 달이는 몰라볼 정도로 빠르게 건강을 되찾았고 지금 우리 집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쁨과 웃음과 깨달음을 주는 가족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달이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달이는 또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면 안간힘을 다해 나가지 않으려고 버텼고 어두워지면 불안하여 끙끙끙 신음소리를 내고 온몸을 부득부들 떨었다. 또 다시 버림받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달이를 위해 우리는 당번을 정해 어두워지기 전에 귀가했고 단계적으로 현관까지 그리고 엘리베이터까지 그 다음은 집근처 공원까지 외출 거리를 조금씩 늘려나갔다.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하기까지 만 3년 정도가 걸렸다. 그 즈음 우리 집에는 새로운 가족이 추가되었다. 이번에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작은 아들이 학교 주변 문방구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아서 키우던 중 군 입대를 앞두고 집으로 데리고 왔던 것이다. 녀석의 이름은 별이다. 달이에게 친구도 만들어 줄 겸 잘되었다 싶어 허락했던 것인데 달이는 별이를 질투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둘의 관계는 많이 좋아져서 당번 정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렇게 달이와 별이와 인연을 맺은 후 우리 가족은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되었으며 대화도 풍부해졌을 뿐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느껴 겨울철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주검으로 발견되는 고양이들에게 겨울양식을 나눠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매일 만나는 고양이에게 청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렇게 만나기 시작한 청이는 어느 날 사료를 나눠준 나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결국 집 앞까지 따라왔다. 자기를 받아달라는 것 같았다.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서 가족들과 이야기해볼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안 된다고 하면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청이는 그러겠다고 약속이라도 하듯 앞발을 치켜들었다가 내렸다. 그러나 가족회의 결과 새로운 식구가 들어오면 비용도 문제가 되고 달이가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말자는 의견이었다. 그 이야기를 전하자 청이는 곧바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청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고양이는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인 것이다. 마음이 편치 않아 한동안 먹이를 나눠주던 장소를 서성거렸다.

달이는 가족의 사랑을 받은 지 5년이 되었지만 얼굴 가득 아직도 그늘이 남아있고 별이의 모습은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사랑이 가득한 얼굴이다.

이 이야기는 약 5년 만에 만난 친구의 근황이다. 친구로부터 달이와 별이와 청이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많은 반성을 했다. 고등학교만 졸업시키면 아이들과 다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라 그런지 자주 부딪히며 스트레스를 주고받았던 일을 상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난 뒤로 아이들과 논쟁을 벌일 때면 달이를 떠올리며 “그래, 네 말이 옳은 것 같다. 그러나 엄마 생각은 이러하다.”라고 아이들 편에 서서 이해하고 지지해주게 되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달라졌다고 했다. 엄마가 이제야 진정 자기편인 것 같다고 했다. 사회문제의 모든 원인은 사랑의 부재와 불신에서 온다고 생각된다. 사랑의 위대함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facebook twitter hms

글 읽기
이전 프로정신 2018-01-14 17:27:10
다음 정의가 그리운 달 2018-01-14 17:33: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