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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해요 2018-01-14 16:59:34

사랑해요               2013-02-06 1125

나의 사무실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탑승자를 맞이하는 문구가 먼저 반긴다. 문구란 ‘금주의 명언’이다. 법원 앞에 위치한 건물인 만큼 변호사와 법무사 세무회계사 사무실이 대부분인데 그 중 한 회계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분이 아크릴 판으로 금주의 명언이라는 판을 만들어 붙여놓고 명언이나 고사 성어를 프린트하여 매주 정성스럽게 바꿔준다. 그 건물의 한 칸을 10년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필자는 이제 월요일을 기다릴 만큼 금주의 명언을 기다린다. 명언은 오늘의 운세처럼 한 주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고 지난 주 또는 그 이전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성찰하게 해주었다. 어느새 필자의 삶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그만큼 그 문구는 필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어쩌다가 한두 번 명언이 바뀌지 않으면 그 회계사님이 어디가 아픈 건 아닌가 싶어 소식이 궁금해지곤 할 정도가 되었다. 습관은 역시 무서운 것이다.

이번 주에는 스피노자의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이 붙어 있었다. 그 명언을 보는 순간 중학교에서 재직 중에 했던 일이 떠올려졌다. 필자는 중고교시절 선생님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와 관심들이 필자가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선생님들의 말씀 한마디가 학생들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필자 또한 학생들에게 무언가 영향을 미치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생각해낸 것 중 하나가 명언이었다. 그리하여 매일 아침 등교하면 교실에서 마주할 수 있도록 명언이나 고사 성어를 칠판에 적어놓고 외우도록 하였다. 그리고 종례시간에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였다. 테스트를 하면서 질문을 던져 그날의 명언이나 고사 성어를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물어보았다. 물론 학생들은 싫어했다. 덕분에 필자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님은 아니었다.

그 당시 어느 날인가 필자는 스피노자의‘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명언을 적어 두었다. 그리고 종례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여러분들은 내일 죽는다고 하면 오늘 무엇을 할 거죠?”

그러자 학생들은 재미있고 기발한 대답들을 했다.

“이왕 죽는 거 먹고 싶은 거 신나게 먹겠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음미하며 남은 하루도 그냥 지금처럼 살겠습니다.”

“죽어서 총각 귀신이 되지 않게 오늘 여자 친구를 만들어 결혼하겠습니다.”

“돈 꿔 준 친구한테 빨리 빚 갚으라고 독촉 하겠습니다”

그때 한 학생이 말했다.

“오늘이 가기 전에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겠습니다.”

그날따라 그 학생의 말이 필자의 가슴에 뜨겁게 와 닿았다. ‘사랑해요’ 아.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면서도 나는 이제껏 누구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입 밖에 내 본 적이 있었던가 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게 되었고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사랑하다”와 “살다”라는 동사는 그 어원이 같다고 했던 내용이 생각났다. 영어에서도 ‘살다(Live)’와 “사랑하다(Love)’는 철자 하나 차이다. 살아가는 일은 사랑하는 일의 연속인 것이다.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끝없이 연민하고 눈물 흘리는 만큼 살아가는 일에서 사랑하는 일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그날 이후 필자는 가족은 물론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자주하게 되었다. 필자는 오늘도 출근하며 아이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나왔다. 그 한마디로 필자도 아이들도 행복해졌다. 세상은 사랑으로 충만할 때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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