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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디바의 나신! 주민들은 눈을 감았다. 2018-01-14 16:35:58

고디바의 나신! 주민들은 눈을 감았다      2012-10-16 1110

아름다운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백마를 타고 중세 거리를 지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그것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의 화가 존 콜리어의 작품이다. 부끄러움으로 고개 숙인 그녀의 나신은 요염하기보다 성스럽게 느껴지는데 그 그림 속 주인공은 실존인물 레이디 고디바이다.

전쟁과 폭정으로 신음하던 11세기 중엽, 영국 중부지방 코벤트리의 레오프릭 영주는 농민들에게 지나치다할 만큼 많은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누구하나 세금을 내려달라고 건의하거나 시위를 하지 않았다. 영주의 세금부과에 대한 의지와 폭정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고 하나 둘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다 못한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레오프릭 영주에게 세금을 내려줄 것을 건의했다. 그는 농민의 대표도, 민중 봉기의 대장도 아닌, 영주의 두 번째 부인 ‘레이디 고디바’였다. 그녀는 남편인 레오프릭 영주의 과중한 세금정책을 과감히 비판하며 세금을 낮춰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만한 레오프릭 영주는 그녀의 제안을 철없는 동정이라고 비웃으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이디 고디바의 지속적인 요구에 그는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제안을 했다. 그것은 고디바가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남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어느 날 이른 아침 전라로 말 등에 올라 천천히 영지를 돌았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주민들에게 퍼져나갔다. 그 소문을 접한 농민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하여 그녀의 알몸을 보지 말자고 약속하고 집집마다 문과 창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내려서 고디바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기로 했다.

결국 고디바의 나체 시위로 농민들은 세금을 경감 받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재봉사 톰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여 약속을 어기고 커튼을 들췄다.

충동적이며 쾌락적인 성질의 엿보기 심리, 즉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을 말하는 관음증 환자를 뜻하는 영어 ‘피핑 톰(peeping Tom)’이 여기서 생겨났다. 그 당시 톰과 같은 관음증 환자들이 최근 우리 사회에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퍼 나르기는 관음증 환자들을 속출시키는 주범이 되어 관음증 환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과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인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진 연예인 섹스 동영상이 우리 사회의 관음증을 노출시켰다. 그러더니 이제는 중고생들도 모자라 어린 초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어린 여학생들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쉽게 다운 받게 되자 급기야 아동청소년음란물 소지에 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이 발의되었다. 이젠 아동청소년음란물만 소지해도 처벌을 받고 청소년음란물을 소유하거나 한번이라도 다운을 받으면 경찰서의 출석요구를 받는다.

‘엿보기’와 ‘드러내기’를 재미있어 하는 세상.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으면 연예인 훔쳐보기 ‘몰카’와 ‘1박2일’ 같은 TV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이 시대의 ‘톰’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과 SNS는 그런 사회적 관음성에 날개를 달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알몸을 보지 말자고 한 약속을 지킨 농민들과 같은 의식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희망은 있다. 그들은 동영상 주인공 대신 유출자를 꾸짖고, 퍼 나르기에 부산한 톰들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인터넷과 SNS의 자정(自淨) 역할을 한다. 그들은 활개 젓는 톰들 사이로 창문을 닫는 코번트리 주민들이다.

관음증을 가진 사람들은 물론 널리 퍼진 동영상을 보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하는 사람들!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정신이 황폐해지고 어느 순간 범죄가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엿보았던 톰이 끝내 실명한 것처럼 말이다. 이제 SNS에 대한 법적 규제론까지 나온다. 그러나 타율적 규제에 앞서 SNS 사용자들 모두가 ‘자율적 규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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