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글 읽기
제목 봄이 오는 소리 2018-01-14 17:02:48

봄이 오는 소리              2013-03-05 1159

 

새해가 시작된 지 어제 같은데 어느새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나오고 초록의 꽃 새싹이 돋아난다는 경칩이다. 과거 시골에서는 경칩 날 아침이 되면 집 벽이나 담벼락에 흙을 바르고, 인분을 퍼냈으며, 부부나 연인은 은행을 서로 주고받았다고 한다. 24절기는 농경사회 생활패턴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농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벽에 흙을 바르는 것은 벌레가 기생하지 못하게 하기위한 예방법이기도 하며 흙일을 하면 일 년 내내 무탈하다고 하여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함이고, 인분은 거름으로 사용하므로 인분을 퍼내는 것은 농사짓기를 위한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경칩 날 연인들끼리 은행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만큼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의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가 과거 사랑의 징표로 은행을 주고받음에서 비롯된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은행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은행은 그 껍질의 생김새가 세모이면 수 은행이고, 네모이면 암 은행이라고 하며 나무 자체도 수나무와 암나무가 다르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마주 보고 있어야 사랑의 결실인 열매를 맺는다. 그런 만큼 경칩날 밤이 되면 동구 밖에 있는 은행의 암나무 수나무 아래에서 평소 마음속에 찜해 두었던 남녀가 만나 사랑의 결실을 위한 징표로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누고 확인했던 것이다.

경칩 날에 행해졌던 이러한 일들만 보더라도 봄은 뭔가 생산적이고 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진취적인 계절로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기운의 계절이다. 그렇다면 봄의 어원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봄의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그 한 가지는 한자로서의 어원으로 불의 옛말인 ‘블(火)’과 ‘오다’의 명사형 ‘옴(來)’이 더해져서 ‘블+옴’에서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보아 우리말 ‘봄’은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보다(見)’라는 말의 명사형인 ‘봄’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후 입춘과 우수를 지나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경칩이 되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아 생명의 기운에 의해 새싹이 움트고 나무에는 물이 오르고 꽃이 피며, 동물들도 활기찬 움직임을 하는 것들을 새롭게 본다는 뜻인 ‘새봄’의 준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봄은 그 어느 계절보다 활기와 희망이 넘쳐나는 자연이 저절로 때를 알아서 힘을 내는 시기인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시기에 맞춰 우리 인간들 역시 힘을 내는 시기이므로 희망을 노래한 것이다. 자연이 돌아가는 시계에 우리 자신의 몸의 시계를 맞추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자연의 시계에 우리 몸의 시계를 맞춘다는 것, 그것은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욕심을 버리라는 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일 밖에 없을 것이다.

러시아 문어의 창시자이며 러시아 문학의 표본이 된 작품을 쓰고 현실을 노래한 시인이었던 러시아의 대 문호 푸시킨도 삶이라는 시에서 희망을 노래하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며 슬픈 날은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 절망의 나날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기쁨의 날이 찾아올 것이며, 우울한 날을 견디며 믿으면 기쁨의 날이 온다’고 노래했던 것이다.

그렇다.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활력이 넘치고, 이성이 편견을 이기고, 빛이 어둠을 이기며, 인간애가 삶을 윤택하게 하리라는 확신이 깃들어 있는 푸시킨의 작품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졌다. 2013년에 맞이한 경칩은 새로운 정부와 함께 희망과 용기로 가득한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길 빌어본다.

facebook twitter hms

글 읽기
이전 사랑해요 2018-01-14 16:59:34
다음 사랑과 존중의 달 5월 2018-01-14 17:08:2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