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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성의 적(適)은 여성! 2018-01-13 12:46:41

여성의 적(適)은 여성!       2010-06-20 1362

며칠 전, 서른을 넘긴 미혼 여자조카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조카는 대기업에서 해외 영업 간부를 맡고 있는 엘리트 인재였다. 어려서부터 영리하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갖추고 있어 유난히 잘 통했던 조카로 대학시절까지는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직장인이 된 후부터는 명절에나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바쁘게 사는 조카였다. 그런 조카가 찾아왔으니 무슨 일일까 많이 궁금했다. 한동안 집안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읽어 보려고 했지만 속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회사 생활은 재미있느냐고 묻자 그만 눈물을 왈칵 쏟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조카는 급기야 자신의 감정에 복받쳐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 등을 토닥이며 실컷 울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 숨을 고르더니 얼굴이 편안해지며 밝게 웃었다.

“아! 뭔가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고마워요. 숙모!”

“나 아무것도 한 거 없는데…”

조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은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재미있고 성취감도 있지만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성 팀장은 남녀에 대한 이중 잣대로 인해 남자에 비해 이중 삼중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남자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도 여자팀장이라는 이유로 남달리 주목받는 만큼 업적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했다. 더 나아가 여자 상사를 껄끄러워하는 남자 직원을 다스리는 일 못지않게 여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했다. 남자 상사의 경우 남자직원을 더 야단쳐도 ‘남자가 남자를 더 괴롭힌다.’는 말이 나오지 않지만 여자 상사가 여자를 조금 더 혼내면 ‘여자가 여자를 더 괴롭힌다.’는 말이 여지없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일과 관련하여 상사나 부하직원을 조용히 만나 의논할 일이 있어도 단둘이 만나는 것에 대해 자칫 오해가 생길까 부담스럽고, 그것이 부담되어 피하다 보면 정보 채널에서 소외되는 일이 허다하다고 했다. 남자들끼리 모여 있다가 자신이 다가가면 흩어질 때의 느낌은 뭐라 형언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능력으로 밀고 나가지만 같은 여성들과의 관계 형성은 정말 답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 같은 직책을 가진 여성들의 비협조적 업무부분은 물론 부하 여직원이 같은 여자 상사보다 남자 상사를 더 신뢰하고 남자들과 일하기를 더 원한다는 것이다.

그 외 개인적으로도 여성이 여성의 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은 참으로 많았다. 조카가 열거하는 내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조카는 자신을 믿고 따라와 주는 여직원들의 상담도 곧잘 해주는데 어느 날 한 여직원이 울며 이야기하기를 친한 친구에게 결혼 할 남자친구를 인사시키고 함께 차를 마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절친한 친구가 자기 남자친구와 사귄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다. 조카는 그렇게 지조 없는 남자라면 차라리 잘된 것 아니냐며 더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며 달랬다고 한다. 또한 시어머니가 사사건건 걸고 들어오는 기혼 여직원의 고부간 갈등을 들어보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생긴다고 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상담을 해 주며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조카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자의 敵은 여자’라는 말에 필자 또한 우리 여성들의 사회적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여성이 여성을 지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터라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함께 성토를 했다. 필자 역시 주변에서 성공한 여성들이 자신의 성공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소극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은 같은 여성들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절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성공 축하파티에 참석해 달라고 하면 그날은 일이 있어 못 간다고 하는 등 영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절친한 친구에게 불행이 닥치면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소문까지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노골적으로 여자는 적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얼마 전 6.2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필자는 선거 기간 중 한 여성으로부터 지방선거 출마 후보에 왜 이렇게 여자가 많은 거냐며 여자세상이라고 푸념을 늘어놓는 소리를 들었다. 필자는 여자가 후보로 나오면 싫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도 여자지만 여자는 안 찍는다고 했다. 왜냐고 묻자 여러 이유를 들었다. 그 중 하나가 가정주부이고 아이를 양육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공감하는 여성들은 스스로 반성해야할 일이지만 이제 전문직 여성들의 전문성은 남성들을 능가한다.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은 가부장적인 사고가 우리 사회에 그대로 잔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지방 선거에 많은 여성이 후보로 나왔지만 당선 비율은 매우 저조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성들의 지지율이 낮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여성이 여성의 적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그 사람보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카만 보더라도 자신은 여성들에게 질투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여성이 자신보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자부심을 갖게 되고 모델로 삼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자신감을 가진 여성은 남을 질투하지 않는다. 아직 여성들이 성공하기에는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지만 조카처럼 그 제약들을 이겨내는 의지의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양성 평등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일이다. 우리가 ‘여성 문제’를 거론하고, 적극적인 형태의 ‘여성주의’라는 사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가부장제 사회이기 때문이고 우리 여성들도 가부장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의 적은 여성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여성의 적(敵)은 여성이 아닌 사회는 여성이 여성에게 갖는 질투에 대한 성찰이 이뤄지고 가부장적인 사고를 벗어날 때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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