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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음을 알면 행복해진다 2018-01-13 12:03:11

죽음을 알면 행복해진다    2010-04-13 1344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 뒤를 수의를 입은 수행자들이 엄숙하다 못해 비장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전신에 오싹 한기가 돌았다. 앞을 향해 발을 옮길 때마다, 발밑에 몸을 감추고 있던 낙엽들이 바스락거렸다.

“한없이 길 줄 알았던 삶이 순식간에 끝나고, 어느덧 죽음이 찾아왔습니다. 돌아보니, 시간은 덧없이 흘렀습니다. 이제 이 작은 관 속에 이 한 몸 누이면, 세상사 모든 인연은 끝이 납니다. 이 몸에서 마지막 숨 빠져나가면, 이 몸은 좁은 관 속에 갇혀 그저 한 점 고깃덩이로 썩겠지요. 살아생전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살았던가, 최고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했건만, 이제 나의 삶은 아침 이슬처럼 사라져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삼베로 감싼 채, 몸을 누일 관 앞에 서자 생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사소한 것에 집착했던 어리석음과 좀 더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한 가족과 지인들에 대해 미안함이 떠오르고 순간 아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간절한 마음으로 용서를 빕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들, 절친한 친구들과 선후배들, 가깝게 또는 깊은 인연으로 이어졌던 모든 분들이여! 안녕히 계십시오.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입관 발원문을 마치자 눈가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관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관 뚜껑이 닫히고 못 박는 소리가 들리더니 암흑이 되었다. 밖에서 장엄 염불 곡조가 애달프게 들려왔다. 모든 감각기관이 하나 둘 닫히고 영혼이 육체로부터 서서히 이탈되어 허공에서 나의 몸을 내려다보게 되기를 기대하며 숨을 죽였다. 이것은 능인선원에서 실시하는 임사체험(臨死體驗)을 경험한 한 장면이다. 임사체험이란 죽는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임사체험수련은 하면 할수록 180도 달라진 행복한 삶을 살게 되며, 앞으로 일어날 고통 받을 재앙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임사체험을 통한 영적 수행이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초, 임사체험 관련 책을 쓰기 위해 능인선원에서 실시되는 임사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다시 참여했다. 첫 프로그램에서 유체이탈을 경험하겠다며 온 신경을 모두 집중시켰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롤리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 샘이 괴한의 습격으로 숨을 거둔 후 하늘에서 내려온 환한 빛 속으로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장면이 있다. 임사체험은 영화에서처럼 유체이탈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지를 깨닫게 된다고 했다. 필자는 영화 속 샘처럼 유체이탈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것은 욕심이었다. 유체이탈은 한 두 번 임사체험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체(幽體)란 ‘영혼의 몸, 바르도를 뜻하는 말로 유체이탈은 여러 번의 체험을 통해 의식이 높아져야 가능한 것이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그것은 우리 가까이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깨닫지 못해 어리석음을 범하며 이기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고되고 힘들지 않은 삶은 삶이라 할 수 없는 우리 인생에서 우리는 왜 고통을 겪는지 그것을 알고 주체적인 삶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행복한 삶이 시작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입관체험을 거부한다. 필자 역시 임사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죽음 체험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체험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집착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실제 입관체험보다 입관 이전 유서 작성과 명상 참여 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현재 웰 다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죽음에 대한 가상체험에서의 이해를 통해 죽음에 의연할 수 있다면 보다 더 질적인 삶,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임사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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