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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능시험을 마친 딸아이의 반항 2018-01-08 01:50:17

수능시험을 마친 딸아이의 반항

2009-11-24 1185

수능시험을 보는 고3 학생을 둔 가정은 초긴장 속에서 한 해를 보낸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다. 그 안에 필자가 있다. 조금은 별난 딸아이 덕분에 필자는 고3 엄마로서 긴장조차 할 수 없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 보여주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아이였기에 수능 전날 거리마다 수능특수를 노린 엿과 찹쌀떡 그리고 포크나 휴지 등 문제를 잘 풀고 잘 찍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라는 의미의 전달식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런 아이는 수능시험을 보기 전부터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번 수능시험은 보지 않겠다고 했다. 달래고 달래어 수능시험을 치른 후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수능시험을 보게 했다.

왜 그랬을까? 대학은 전공이 필요한 사람만이 가는 거라고 하는 아이! 맞는 말이다. 같은 방향을 보고 달리는 교육에 길들여 진 필자는 자식에게 관대한 척하면서도 가장 관대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아이는 이어령의 ‘젊음의 탄생’이라는 책의 내용 중 한 구절을 인용하여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 좁은 골목에서는 오직 선두에 선 자만이 우승하게 되는데 나는 금, 은, 동매달 리스트에 들 자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은 내가 좋아해서 행복해지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무한히 할 일이 많은 세상에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다니고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는 거 나는 싫다니까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고 녀석 참으로 당돌하고 영리하다 할지 몰라도 부모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제법 의식이 깨어 있다고 자신했는데 독창적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겠다는 아이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식은 맘대로 안 되다더니…’ 하며 위축되고 말았다. 수능 시험을 보기 전이나 시험이 끝난 후 들려오는 수험생들의 자살 소식!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되도록 내몰았을까? 필자는 필자의 성장과정이 너무 평범하여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걱정하실 부모님이 마음에 걸려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그래서 나는 부모가 되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게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다 들어주어 경험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필자 또한 내 부모님이 요구했던 것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요구해왔다. 조금은 영리하다 싶은 구석이 있는 아이였기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구속해 왔던 것이다. 그것이 아이를 더 반항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지만 곰곰이 반성해보니 아이의 자유로운 사고와 반항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계획은 1년간 신나게 놀아보고 신나게 돌아다녀 보는 것이란다. 그러다 여행이라는 길 위의 학교에서 무언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논술과 면접 그리고 실기 준비에 또 다시 긴장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을 거라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게 열린 사고를 하는 아이를 보며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고 엄마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이고 정확한 것 같으면서도 부정확하다. 열린 사고를 갖지 않으면 부정적이고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이제 지켜보는 일밖에 없다. 넘어지고 깨지고 상처 나는 가운데 자신이 할 일을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수없이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모범답안은 아니다. 상황과 여건 생각 소질 적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독자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이들을 놓아줄 때라는 생각을 하며 수능을 본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망치는 것은 부모들일 수 있다. 어느 대학에 지원했느냐 시험은 잘 보았느냐고 묻는 지인들에게 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만나고 어렵고 힘든 일을 겪으며 감동하고 자신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가는 길 위의 학교에 진학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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