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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길이었으면 2018-01-05 01:17:22

안산 타임즈 문화 칼럼  기고 12얼 5일 자

내가 길이었으면  – 송년에 읽는 詩

* 내가 길이었으면 – 김종섭
/ 내가 길이었으면,/ 길 위에 떨어지는 잎새였으면 좋겠다.
/ 잎새 속에 남은 온기, 눈물 한 점/ 한숨이었음 좋겠다.
/ 시든 달맞이 꽃, 그 노오란 갈증이/ 마디마디 이어져 하늘로 이르는 길
/ 그 길 위에 내가 서서/ 너를 만났으면 좋겠다.
/ 고단한 삶이 잠시 쉬어가는/ 그런 길이 나였음,
/ 언제나 너가 지나가는 그 오솔길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
/ 오늘 하루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잠시 너를 생각해보듯 그런.

* 자비로움 – 유안진
/ 종일 헤매어 지친 애버러지/ 떨어져 시든 꽃잎 위에 엎드리니
/ 내일 떨어질 꽃잎 하나가/ 보다 못해/ 미리 떨어져 이불 덮어 주는 저녁 답.

*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인간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한 없이 받고만 산다는 것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누군가를 의식하며 살기에 그것이 굴레가 되기도 하는…. 그러나 내어줄 수 있는 삶만큼 기뻐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언제 어디서나 체험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세 편의 시는 한 발 물러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자아성찰과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것은 자신의 가슴이 더 따뜻해진다는 삶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웃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기에 한 번쯤 음미해 볼만한 그리고 마음에 새겨둘만한 시이다. 언어의 힘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세 편의 시는 인간주의에 대한 비판이 진실 된 언어로 고귀함과 사랑과 인간애를 풀어놓고 있다. 말 꾸미기에 급급하지 않고 조용하고 따끔하게 읽는 이들 가슴으로 퍼져나간다. 삶의 충동을 안쓰럽게 감싸 안는 따뜻한 시편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 무엇도 사람이 맺고 있는 거대한 고리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아무리 중차대한 일이라 할지라도 사람은 사람 아닌 다른 무엇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사람에게는 사람의 길이 있는 것이다. 김종섭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내가 길이었으면」의 해설집에서 ‘길’이란 모든 사물의 통로, 다시 말하면 모든 해결의 근본 열쇠를 의미하며 길의 또 다른 의미는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의 의미성을 가지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도리 혹은 통로의 의미성 보다는 지금 자신의 모아둔 아니면 진행되고 있는 세계로부터의 도피처, 그 도피처로 갈 수 있는 피안의 길 혹은 그러한 피안처를 의미하고 있다고 한다. 송년을 앞두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세 편의 시는 인간을 정화시키고 지난 길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하여 순수한 자아 발견의 광활한 세상을 만나게 해 준다. 인간은 일생을 고뇌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현실에서 사라진다. 객관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어쩌면 너무 쓸모없는 고뇌 속에서 평생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따뜻한 시는 순수 본성으로 모든 고뇌와 번민을 너무나 평안하게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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