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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디지털 치매 2018-01-08 00:55:41

디지털 치매

2009-07-20 1273

딸아이로부터 자취를 하는 친구가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해주는 밥이 얼마나 먹고 싶을까 싶은 마음이 반가움보다 먼저 앞섰다. 그래서 친구가 좋아한다는 부침개와 잡채를 준비하는 등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이고 싶어 간단히 음식을 준비했다. 그런데 도착한다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은커녕 휴대폰도 받지 않았다. 초행길인데 무슨 일이 있는가 걱정스러워 친구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보라고 딸아이를 채근했다. 친구가 산다는 오피스텔 사무실로도 연락을 취했지만 소식은 감감했다. 딸아이는 ‘더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지뭐.’라며 느긋하기만 했다. 그러나 자식을 둔 엄마의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약 5시간 후에야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딸아이가 내리라는 전철역까지 와서 연락을 하려고 보니 집 주소를 적어둔 수첩과 핸드폰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딸아이의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전화를 걸 수도 없고, 딸아이를 알만한 친구들 전화번호조차 기억나지 않으니 물어볼 수조차 없었단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메신저여서 근처 피시방에 들어가 2시간 반을 컴퓨터를 켜놓고 딸아이가 로그인하길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다 지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안도와 함께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딸아이 친구는 명문대학에 다니고,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기억력이 우수한 학생이었기에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때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후배의 말이 생각났다. 학원에 등록 하러 오는 학생 중 부모님 핸드폰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는 이야기였다. 학생들은 부모의 전화번호를 단축번호로 지정해두고 그냥 단축번호를 누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집 전화번호조차 기억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어 이제는 흉조차 볼 수 없다. 필자도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니 아니라고 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대학생들의 기억력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편리한 세상이라고 좋아들 하지만 그에 반해 잃는 것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편리한 기기들로 인해 기억력을 잃어가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이나 휴대폰 번호를 기억하지 못할 때 ‘디지털 치매가 아닌가’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치매’란 컴퓨터와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계산기 사용을 시작으로 컴퓨터를 매일 사용하는 전문직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억력이 감퇴되는 현상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에서 자막 없이는 제대로 노래 한곡을 부르지 못하게 되었고, 중요한 기념일도 휴대폰이나 PDA에 의존한다. 운전을 할 때도 처음 가는 길이건 두 번째 가는 길이건 기억하려하지 않는다. 친절한 내비게이션을 믿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매’는 인류가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얼마 전, 꽤 규모 있는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분의 아버님 이야기는 우리들의 기억력 부활을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길 밖에 없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 분의 아버님은 치매기가 있어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는 아들을 보고 “네가 누구냐?” 하셨지만 약 2년간 매일 아침저녁으로 친구들이나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또 외우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홀로 백화점 나들이를 가실 만큼 고치기 힘들다는 치매가 치유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의 기억력은 사용하는 만큼 좋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슬픈 일도 없을 것이다. 뇌는 인간의 신체 중 가장 늦게까지 발달하는 기관이므로 꾸준한 두뇌 촉진작용을 통해 기억력감퇴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이제 기억력 감퇴를 막기 위해 편의와 편리를 위한 맹목적인 기술에 의존하고 있지나 않은지 자신을 점검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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