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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출판 기념식을 다녀와서 2018-01-13 12:49:58

한 출판 기념식을 다녀와서     2010-07-05 1246

자신을 늘 시인이라고 밝히는 주점을 운영하는 지인이 한 달 간격으로 두 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기념식을 가졌다. 시집은 시집 주인이 詩가 아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얼굴을 알리는 홍보물인 듯 각 부마다 시집 주인의 사진들로 빼곡했다. 마치 그녀의 사진첩을 보는 듯 했다. 공인화 욕구가 많지 않은 필자로서는 많이 거북스러웠다. 그 거북스러움을 작품이 커버해주기를 바라며 그녀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하는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詩가 아니라 그녀만의 넉두리이자 일기였고 항변이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詩와는 거리가 먼 그냥 생각 가는 데로 문자를 나열한 에세이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속의 느낌이나 생각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해서 표현한 문학의 한 장르인 시의 특징은 압축과 생략, 비유와 상징, 운율과 심상이 들어가 누가 읽어도 공감하고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하는 것인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인은 상상력을 통해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언어로 형상화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작품을 통해 시인 자신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대리만족하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데서 문학의 가치가 생성된다는 생각을 가진 필자로서는 실망하다 못해 많이 속상했다. 독자는 독자의 경험과 느낌을 시인의 상상력에 접근시키고 詩의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 詩라고 생각하는 필자의 생각과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오로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홍보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성공한 듯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던 노력들이 엿보였다. 은사님들도 초대되었고 여기저기 많은 단체에 들었던 흔적으로 단체에서 보내온 화환들이 빼곡했다. 출판기념식이 시작되고 축사가 이어졌다. 그 중 은사님 한 분의 축사는 필자의 불편한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고 참석한 내빈들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문학적인 가치를 지니는 詩라 할 수 없다-고 혹평하시며 이 시간을 계기로 정말 詩다운 詩 문학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쓰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축사를 마치셨다. 제자의 글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멋진 교수님이셨다. 그러나 그녀는 밝고 한한 얼굴로 감사하다며 얼굴 하나 붉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필자는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어쨌건 그녀의 글은 그녀 자신을 발가벗기는 행위 중 하나였고 출판 기념 역시 자신을 발가벗기는 하나의 행위였음에 그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정도의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해도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지인 또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어느 날 자신에게 너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으며 무엇을 남겼는가 물으면 자신은 부끄러워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 자극으로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위해 노력해 볼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詩만으로 그녀를 평가하면 그녀는 무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너머에 있는 그녀의 계획을 읽은 이라면 모두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詩’란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추하고 더럽고 계산적인 것 뒤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의미들을 찾아내는 작업이 병행된다. 시인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시가 되는 것이다. 그녀의 시집에서 특별히 시적인 것을 찾는 것은 무리지만 그녀의 시집 출판기념식을 통해 그녀가 의도했던 것을 얻은 그녀의 성공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은 분명하다. 그녀의 시집 출판을 보며 작품의 문학성에 대한 아쉬움보다 그녀의 목적을 위한 용기에 타인의 부정적(否定的)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게 되었으니 반면교사(反面敎師)라 아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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