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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정한 자유를 위한 한 권의 책 2018-01-13 14:34:02

진정한 자유를 위한 한 권의 책 2010-11-01 1285

어느새 가을이 깊어져 가을을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사람들은 주말마다 앞 다투어 가을산행을 떠나지만 산행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공원이나 거리로 나가 눈 돌리면 도처에 가을이 자리한다. 오랜만에 가까운 성지를 찾았다. 이미 단풍은 절정을 이루어 낙엽이 발길을 감싸고 곳곳에 함초롬히 피어나 반기는 구절초를 만났다. 구절초 무리 위로 새하얀 가을 나비 한 마리가 푸른 창공을 향해 가볍게 날아오르며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것을 지켜보며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하신 이윤기 선생님이 생각났고, 선생님의 번역 작품「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알렉시스 조르바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의 원작자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생각났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진정한 자유인이라는 것이다. 존경하는 문학인 중 한분인 이윤기 선생님은 진정한 자유를 아는 분이고, 알렉시스 조르바는 완전한 자유인이었다. 그리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구원의 오아시스라 할 실제 인물 조르바를 만나 함께 사업을 하는 동안 호쾌하고 농탕한 조르바의 영향을 받아 불후의 명작 「그리스인 조르바」를 탄생시키며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다. 많은 책읽기를 통해 지식을 쌓으며 펜과 잉크로 세상을 살아가던 주인공과는 달리 무식쟁이 노동자 조르바는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체험을 통해 그야말로 밸 꼴리는 대로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낸다.

주인공은 지식과 보수적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오렌지나무집 과부는 오래도록 내려온 인습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부불리나는 과거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추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현재 초스피드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슬플 때나 기쁠 때 또는 절망할 때 산투루를 연주하는 조르바는 완벽하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인물이다. 주인공은 크레타 섬의 갈탄광을 운영하러 가던 중, 배 안에서 키 크고 눈빛이 강한 60대 노인 조르바를 만나 사업의 파트너로 함께 생활한다. 그 후 사업이 실패하기까지 몇 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인간의 행복, 위선, 쾌락, 죽음 등 모든 감정을 겪으며 그동안의 삶과 가치관에 변화를 일으키는 등 조르바에게 깊은 감명을 받는다. 주인공은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신이다. 그러므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영혼에 골을 남긴 사람으로 호메로스와 베르그송, 니체 다음으로 조르바를 꼽는다. 조르바는 완전한 자유인인 만큼 행동에 거리낌이 없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며 창녀가 몰매 맞는 것을 지켜주려다 귀를 잃을 만큼 정의로운 사람이다. 조르바는 왼쪽 새끼손가락 하나가 없다. 기계에 잘렸냐고 묻는 주인공에게 그는 당당하게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했죠? 나는 무엇을 하면 미쳐 버려요. 한때 도자기 만들기에 미쳐있을 때 녹로를 돌리는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자꾸 거치적거려 도끼로 잘라 버렸지요”라고 했다. 결혼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사내가 아닌가요? 공식적으로는 한 번 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일아요, 혹 인간이 될지?」. 조르바는 60을 넘은 노인답지 않게 살아있는 가슴과 푸짐하고 걸쭉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담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였다. 언어와 예술과 사랑, 순수성, 정열의 의미는 조르바가 쏟아 낸 가장 단순한 인간의 말로 주인공을 매료시켰던 것이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심혈을 기울인 광산의 케이블 고가선이 무너지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지만 주인공이나 조르바는 광산을 잃은 후 자유를 찾는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느낀 자유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상은 우리가 다른 것들을 하지 못하게 하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한곳에 머무르게 만드는 구속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버찌를 토할 때까지 먹어 질려버리게 만들어 결국 그것에서마저 자유를 얻는 조르바! “생각 속에서만 살지 말고 행동하란 말이요.” 그는 가을 끝자락에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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