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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에게 묻는다 2018-01-14 14:43:50

나에게 묻는다                2012-02-14 1294

한 모임을 통해 겨울산행을 다녀왔다. 새벽 6시, 포천에 있는 명성산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가볍게 자신을 소개하며 한마디씩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필자를 가장 먼저 지목하며 회원은 글을 쓰는 사람이니 오늘 겨울산행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겨울에 대한 시를 낭송해달라고 했다. 최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여러명 만나 많이 유쾌해지고 행복해진 경험을 했던 필자는 그 경험을 통해 남을 위한 배려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깨달음에 필자 또한 좀 더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그 순간 ‘겨울강가’에서라는 안도현님의 시가 생각났다. 그래서 곧바로 망설임 없이 겨울 강가에서를 낭독했다.

어린 눈발들이 다른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리하여 눈발이 강물에 닿기 전에 피해보려고

몸을 이리저리 자꾸만 뒤척였는데

그 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았던 것이다.

버스 안은 점점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에 함께 젖어들며 필자는 이 시에서 느끼는 바에 대해 간단한 해석을 붙여 설명을 했다.

“이 시는 희생적인 사랑의 가치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는 만큼 평화와 사랑과 배려의 경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강물 속으로 허망하게 사라지는 눈발이 안타까워 제 몸을 얼리는 행위는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일 것입니다. 눈, 강, 얼어붙음 모두 서로를 사랑하는 그윽한 눈빛으로 대체되고 있지요. 그윽한 눈빛은 대상에 대한 집착 없이, 잔잔한 애정을 가져야만 볼 수 있는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설명을 하는 사이 나 자신에게 질문을 주는 안도현의 다른 시가 생각났다. 바로 ‘너에게 묻는다’였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를 작성한 시인 자신도 이 시를 볼 때마다 무언가 마음에 걸려 ‘나에게 묻는다’로 제목을 바꾼다는 후문이 있다. 필자 역시 이 시를 낭독하게 되면 슬쩍 ‘나에게 묻는다’로 제목을 바꾸고 ‘나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가?’라고 질문해본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이 내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산행을 통해 필자가 정복한 것은 산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것과 함께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은 역시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보듬는 사랑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스승이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많이 힘들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모임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좋은 인간관계에 대해, 그리고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방법에 대해 재인식할 수 있었다. 또한 회원들이 친형제처럼 아끼고 보듬는 것을 보며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이번 산행은 보약 중의 보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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