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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 엄마 탓이에요 2018-01-14 14:23:51

다 엄마 탓이에요            2011-11-18 1024

고3 아들!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른 고3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을 보내며 공부가 안 되는 이유가 “다 엄마 탓이예요”라고 했다. 고교 2학년까지는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 아들이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 몸이 흠뻑 젖은 채 귀가하여 한 시간 이상 샤워를 하고 그대로 쓰러져버리곤 했다.

아들의 가방에는 교과서 대신 여러 벌의 축구복과 축구공과 축구화, 축구양말과 무릎보호대 등 축구에 필요한 물품들이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고3인데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염려 섞인 말을 건넸지만 우이독경이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빠는 물론 가족 누구와도 대화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든 일이든 본인이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억지로 끌고 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주 간섭하다가는 욱하는 성격에 무슨 일이라도 내면 안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아들이라는 생각을 떠나 한 사람의 인격을 생각하게 되었고 아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날 아들과 마주 앉았다. ‘무슨 문제인가’, ‘무엇 때문에 그러는가’, ‘불만이 있다면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가’, ‘부모에 대한 반항인가’라는 여러 가지 질문은 조심스럽게 던졌다. 그러자 아들은 먼저 얼굴로 반응을 보였다. 얼굴을 찡그리며 이마에 힘을 주더니 “다 엄마 탓이예요!”라고 내뱉는 것이었다.

“지금 네가 이러는 것이 엄마 탓이란 말이니?”

“그래요. 저를 잘못 키운 엄마 탓이란 말이에요. 너무 도덕적으로 키우셔서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공부 공부해서 공부가 지겨워졌단 말이에요”

기가 막혀 무슨 말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갑자기 멍해져 버렸다. 그 순간 중학교 3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반에서 육두문자를 쓰지 않는 아이들을 조사하였는데 반 아이들 100%가 OO를 지목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너무 도덕적으로 키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말은 요즘 아이들은 욕설이나 속어를 쓰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이해가 가지만, 공부공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이 자식을 염려하여 말하는 후렴구가 아닌가. 그리고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나는 공부를 강조하며 닦달하는 성격이 아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공부가 되지 않는 속상함을 풀어야 할 상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이 축구였고 엄마였던 것이다.

‘오죽 공부가 안되면 그랬을까’생각하자 마음을 살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맞이하게 된 어렵고 힘든 시기가 고3이라는 생각을 하자 아들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행복과 성공적인 삶에 공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니 부담 갖지 말고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학원에서 수업을 빠졌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늦은 귀가에 땀 냄새를 물씬 풍기며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기를 거듭했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이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 간식을 챙겨주기 위해 아들의 방문을 노크했다. 대답이 없었다. 자는가 싶어 뒤돌아 서려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방문을 열어보았다. 평소 같으면 잠겨 있어야 할 문이 가볍게 열렸다. 아들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채 자고 있었다. 소리 나지 않게 방문을 닫으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불 속에는 아들이 아니라 축구공과 축구복이 누워 있었다. 다음날은 놀토였고 오후가 지났는데도 아들은 소식이 없었다. 걱정은 되었지만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믿으며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내용은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너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테니 어제 일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였다.

드디어 수능 날 아침 아들이 좋아하는 초밥과 된장국을 싸주며 너그러운 엄마인양 “오늘 친구들과 한 잔 하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니요. 저 그런 거 안 해요. 축구시합 있어요”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들에 대한 신뢰감이 생겨났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른 인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아들이 고맙고 기특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바르게 자라준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수능 시험을 보기 전이나 시험이 끝난 후 들려오는 수험생들의 자살 소식!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되도록 내몰았을까. 대학 진학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이제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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