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글 읽기
제목 젊은이의 특권 2018-01-14 15:16:51

젊은이의 특권            2012-02-21          1027

2년 전 대학은 전공이 필요한 사람만이 가는 것이라며 수능시험을 보지 않겠다던 딸아이는 그 이유를 “좁은 골목을 만들어 놓고 같은 방향으로 달리라고 하는데 저는 등수 안에 들 자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은 내가 좋아해서 행복해지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에요. 할 일이 무한히 많은 세상에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다니고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는 거, 저는 싫다니까요.”라고 했다. 그런 아이를 달래고 달래어 수능시험을 치른 후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수능시험을 보게 했었다. 아이의 계획은 1년간 신나게 놀아보고 신나게 돌아다녀 보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객관적인 듯 주관적이고 정확한 듯 부정확함이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려면 열린 사고를 갖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생각이 어찌나 확고한지 아이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밖에 없다 싶어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겠다고 했다. 그런 일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만 2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이는 아직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여행을 다니고 이 일 저 일 안 해 본 일이 없을 만큼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 생각과 달리 무언가 고민이 있는지 투덜대며 짜증을 내는 것으로 보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고뇌하고 방황하는 것 같았다.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겠지 싶어 모른 척 했다.

그런 딸아이가 며칠 전 생일에 편지 한통을 건넸다.

“마미께 쓰는 손 글씨 편지 참 오랜만이네요. 항상 자식들을 위해 최선 다해주시고 자신의 일에도 최선을 다하시는 마미 존경합니다. 마미를 생각하면 속 썩이는 자식인 거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지만 항상 가슴이 뜨거워지고 힘이 나요. 마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거 알기 때문이죠. 제가 흔들릴 때 잡아주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려도 이해해주고 믿어주신 거, 그게 사랑이라는 거 알아요.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마미 속 안 썩인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노력할게요. 너무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요. 마미 생신 축하드려요. 너무너무 사랑해요.”

2년 전 당시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지 않고 대학을 가야한다고 밀어붙였으면 지금 아이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워낙 고집이 센 아이라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그 이후 행동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아이였다. 그러나 2년 동안의 고생과 방황 덕분인지 지금은 많이 유순해지고 부모에 대한 감사도 표할 줄 아는 것으로 보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놓였다.

딸아이와 한 강연을 통해 알 게 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대학 1학년 들어오면 무조건 휴학시키자. 세상에 나가서 뭘 배워왔는지, 그것으로 학점을 주자”는 이야기에 100% 공감하게 되었다. 우리 기성세대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세상도 바뀔 것이다. 1등 하는 자식을 둔 부모는 신바람이 나고 그렇지 못한 부모는 위축되는 우리의 잘못된 생각이 아이들을 기죽게 하고 창의성을 멈추게 하고 있다.

나름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학창시절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었다는 사람보다는 방황하고 고생하며 부모 속깨나 썩이며 자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고생과 방황과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성공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그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초반에는 조금 뒤처져도 걱정하지 말라.”였다. 깨달음을 얻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그땐 고속도로가 펼쳐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슴 뛰는 일을 찾게 되면 어느 순간 앞서간 사람들보다도 더 앞서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을 찾으면 그때부터는 좌우 돌아보지 않고 달려 나가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이나 방황과 고뇌는 젊은 시절 누려볼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아직 방황을 끝내지는 않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한 딸아이를 느낄 수 있었던 참으로 뜻 깊은 생일이었다.

facebook twitter hms

글 읽기
이전 나에게 묻는다 2018-01-14 14:43:50
다음 바름과 진실한 사랑 2018-01-14 15:33:3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