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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가능한 가능성(Impossible Possibility) 2018-01-13 21:41:31

불가능한 가능성(Impossible Possibility)        2011-06-14 1110

불가능한 가능성이란 말 자체부터 모순이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특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즉 불가능해야 할 일들이 우리 사회 아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리비아 사태에 대처하는 서방 국가들의 모습이고, 동일본 대지진은 자연재해였으나 그로 인해 빚어진 일련의 원전 사고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을 예로 들 수 있다. 인간은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존재이므로 종종 양 손에 총과 칼을 쥐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분명 첨단과학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불가능은 없다는 대 전제하에 불가능한 가능성의 문제점이 제기된다.

5월말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갤러리에서 입체미술가 김혜영화가의 ‘불가능한 가능성’을 주제로 한 작품 전시회가 있었다. 그녀는 불가능한 가능성을 작품으로 표현하여 관람객들에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불가능한 가능성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알리고자 했다. 그녀의 생각이 형상화된 작품 여기저기서 불가능한 가능성에 대한 모순들이 발견되었다. 사용된 재료들의 상극적인 속성, 하나의 물체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장치, 서로 다른 속성들 즉 불가능한 가능성을 작품 속에서 조화롭게 표현하며 전쟁으로 인한 분단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순된 성향 등 전쟁과 분단이라는 대표적인 사회 갈등의 형태와 인간 본성에 대한 실존적 고민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관에서 만난 그녀는 동일본 대지진은 자연재해이지만 그로 인해 빚어진 일련의 원전 사고는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 불러온 폐해라며 전쟁은 말할 것 없는 사회적인 갈등의 극단적 표출이라고 했다. 사회적인 문제도 인간 본성의 문제도 한 개인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로 인해 생긴 상처 또한 쉽게 치유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자신은 예술가인 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몇몇 사람들이라도 평화를 위해 한 번 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했다. 거대한 상황과 시련에 대항하고 뿌리 내린 이기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항구적으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들이므로 이처럼 불가능한 문제들을 다스릴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는 그에 대한 길을 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유의 결과가 ‘나무의 존재방식’이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자기희생적인 삶의 모습은 우리 시대가 가장 굶주려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느리지만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에서는 불가능을 가능케 해 줄 것만 같은 희망이 느껴지기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했다. 작품의 재료는 철 프레임과 스틸선의 금속성으로 철기문명과 무기들로 대표되는 전쟁 이미지 그 자체였다. 철을 사용한 것은 인류가 이뤄낸 위대한 이성적 발명인 동시에 비인간성과 물질문명의 폭력성을 함축한 것이다. 이러한 재료로 전시와 전후 이미지를 표현한 것은 재료와 이미지 그리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 짓기 위한 장치이며, 나아가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하고 풍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알베르 까뮈는 부조리야말로 본질적인 관념이고 제1의 진리라고 했다. 불행하고 비극적인 조건과 전쟁 같은 거대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인간은 이성적이고 경험적인 판단으로 보면 절대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거대한 부조리를 이겨낼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인간이기에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거와 믿음을 갖고, 오히려 그런 아이러니한 발상과 미지의 것을 향한 두려움 없는 걸음으로 ‘불가능한 가능성’을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세상의 모든 불행들을 이겨내는 힘은 소년에게 모든 것을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나무 같은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만이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즉 세상을 살릴 원동력은 김혜영 작가와 같은 뚜렷한 세계관을 가진 예술가들이라는 생각에 박수를 보내며, 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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