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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연 2018-01-05 01:27:03

2006.01.14     조회   1051

<안산타임즈 칼럼기고>
인연…..
지난 토요일! 글마당에서 출간했던 김종섭 선생님의 시집출판기념식이 있어 천년의 고도 역사도시 경주를 다녀왔다. 소녀처럼 KTX를 이용하는 설렘과 5년 만에 보는 오래된 친구 마중을 받기로 하고 떠난 길이었다. 세월의 흔적을 겨자 색 코트와 함께 걸치고 나타난 친구는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한 달음에 경주 박물관으로 안내를 했다.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안압지의 유물 중에 하나를 소개하였다.

안압지에서 출품된 주령구라는 신라시대의 주사위 같은 놀이기구였다. 목제로 된 주령구는 1975년 경주 안압지를 발굴하던 중 연못 바닥의 갯벌 속에서 발견된 나무로 만든 4.8cm의 높이와 작은 14개의 면을 가진 주사위로 여러 가지 벌칙이 적혀있었다. 이 주사위는 6개의 사각 면과 8개의 삼각 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4개의 면에 적힌 한자로 된 사자성어 내용들은 사각의 6면에는 소리 없이 춤추기,  여러 사람 코 두드리기, 술 다 마시고 크게 웃기, 한번에 술 석 잔 마시기, 덤비는 사람이 있어도 가만있기, 스스로 노래 부르고 마시기라는 뜻이 새겨져 있었고, 6각형인 8면에는 팔뚝 구부려 다 마시기, 얼굴 간 질러도 꼼짝 않기, 누구에게나 마음대로 노래시키기, 월경 한 곡조 부르기, 시 한수 읊기, 술 두 잔이면 쏟아버리기, 더러운 물건 버리지 않기, 스스로 괴래만(무슨 의미인지 미확인)을 부르기 라는 놀이에 이용한 벌칙들이었다.
이 주사위는 통일 신라 시대에 귀족들이 술좌석 등 여러 사람이 모인 흥겨운 자리에서 놀이에 쓰였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한다. 그 옛날 임금님과 귀족들이 풍류를 즐기며 연회를 베풀던 멋스러움이 연상되는데 친구 또한 그런 멋스러움을 지닌 친구여서 그것만으로도 경주에 내려간 보람과 기쁨을 만끽했다.

평소에도 경주의 명물인 황남빵을 사 보내는 등 늘 마음을 다하는 친구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무언가 경주에 왔던 기념을 주고 싶어 박물관에서의 데이트를 계획했던 것 같다. 그렇게 자신이 살고 있는 경주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나서야 우리는 마주앉았고 함께 출판 기념식 자리에 참석하였지만 워낙 바쁜 친구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친구가 떠나간 빈 자리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어색하게 때로는 계면쩍게 자리를 하고 있는데 잠 시 후 빈 자리를 채운 분이 경주 모 중학교의 사회선생님이셨다. 옆 사람인 나에게 예의를 차려 목례를 하고 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자신이 이 자리에 오기 바로 전에 외국으로 나가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갔다가 조금 늦게 자리하게 되었다면서 주령구라는 주사위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주령구라는 유물로 인하여 더욱 가까워진 참으로 묘한 인연이라 생각하며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고 자신의 친구들을 두고 주령구가 출토되었던 안압지로 안내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때는 오후 7시30분쯤!
경주는 아무리 추워도 호수가 얼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그날은 안압지가 얼어있었다. 우리는 그런 혹한 기온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서로 부둥켜안고 안압지를 한바퀴 산책하였다. 열차시간을 한 시간여 앞두고 안압지의 야경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친구를 비롯하여 경주인들의 예의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각박하고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도시인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많은 것을 배우게 하였다. 오래 사귄 연인을 배웅하듯 여윈 손을 들어 기차가 떠나갈 무렵까지 지켜보아주던 초면부지의 사람과 그리 가까워질 수 있는 일은 도시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행이라는 낯선 체험에서 설렘과 두려움과 어색함 안에서 좋은 인연은 혼자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서 더욱 코끝 아리게 하는 신년!
좋은 인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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