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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름다운 노년 2018-01-13 20:23:50

아름다운 노년           2011-02-22 1046

구정 날 해외에 다녀올 일이 생겨 찾아뵈어야할 어르신들을 찾아뵙지 못하였다. 그로인해 구정 이후 두 주간 주말마다 늦은 세배를 다녔다. 어른들을 뵈며 삶의 연륜만큼 지혜로운 말씀과 근황을 통해 노후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지난 주말에 찾아 뵌 고모님과 은사님을 통해 받은 감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올해 75세이신 고모님은 지난 추석에 뵈었을 때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안쓰러울 정도로 수척하셨던 터라 걱정을 하며 현관을 들어섰다. 그러자 반갑게 맞아주시는 고모님은 염려와는 달리 감탄사를 연발하게 할 만큼 정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어머! 고모님! 10년은 젊어지셨네요.” 고모님은 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져 “정말, 그렇게 보여? 아, 요즘 그런 소리 조금 듣지.”라고 농을 하시며 조카 온다고 화장을 좀 했다고 하셨다. 그런 고모님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싶어 조카들을 위해 직접 장을 보았다고 하시며 손수 진수성찬을 차려주셨다. 인사치레가 아니라 어찌나 활기차고 건강하신지 정말 10년은 젊어 보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식들과 지인들을 위해 새벽기도를 다녀오시고, 이어 복지관으로 가셔서 배드민턴을 세 게임 하신 후 회원들과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무릎 관절치료를 위해 아쿠아 로빅을 하고 오후에는 일주일에 3번 장애아동복지관에 나가시어 그곳 어린이들을 돌본다고 하셨다.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것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그 자체가 젊어지게 하는 것 같다는 고모님은 젊은이들보다 왕성한 활동에 지금은 무릎 관절도 사라졌다고 하셨다. 30대에 홀로되신 후 자식을 위해 지금까지 혼자 사신 삶이 너무 허무하여 한 때 우울증세가 있었으나 그것도 극복하셨다고 하시는 고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주 찾아뵙지 못한데 대한 죄송한 마음과 함께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모님은 69세에 운전면허를 따시어 직접 운전을 하시는 등 젊은이들 저리가라 할 만큼 삶의 열정이 대단한 분이시다.

또 다른 한 분은 70세 되신 대학 은사님으로 그분은 지인들의 정신적인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는 카운슬러이시다. 대학 학장으로 정년퇴임을 하신 은사님은 제자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받아오셨던 분으로 매우 논리적이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시는 분으로 카운슬러를 위해 프로이트 전집과 라깡에 이르기까지 심리분석 관련 책은 물론 법 관련 책들까지 섭렵하셨다. 특히 어렵고 힘든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당신이 알고 계신 법조계 친구들에게 무료변호까지 의뢰하신다. 남을 위한 일을 하려면 건강해야한다는 은사님은 매일 눈동자 운동을 하시어 시력을 회복하셨고 하루 20분씩 손 털기와 함께 집 근처가 아니면 거실에서라도 빠른 걸음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인지 지난 10년간 감기 한 번 앓지 않으신 은사님은 상담이 없을 땐 책과 벗하시는데 그 독서량은 실로 놀라울 만큼 많았다. 은사님 이야기는 사모님이 들려주신 이야기였다. 제자 앞에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느냐 하시는 은사님은 노인 독서클럽을 만들었다며 그것은 자랑해도 될 일이라고 말을 이으셨다. 책 속에서 길을 찾으라고 늘 강조하시더니 노인들도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노인들의 성숙한 삶을 위해 독서클럽을 만드셨던 것이다. 책읽기를 통해 노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사회적인 역할과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등 깨달음을 얻어 친구들은 물론 자녀들과의 관계도 좋아져 모두 행복해한다고 하셨다. 특히 책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어 책은 노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보약이라고 하셨다.

어떤 분은 예순에 여행가가 되셨다. 그분은 해외여행도 배나 기차, 버스를 이용하면 작은 돈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노년을 즐겁고 활기차고 건강하게 보내기에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하셨다. 그분들에게 노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결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일을 찾아 행복해 하시는 분들을 뵈며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 작품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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