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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짓말의 미학(美學) 1 2018-01-13 20:50:05

거짓말의 미학(美學) 1 2011-03-08 1053

우리는 어린 시절 거짓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말라고 배우고 가르쳐왔다. 과연 거짓말은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하지 않아야하는가.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30대 여성으로부터 눈물의 호소를 들었다. 그녀는 사랑했던 한 남자로부터 배신을 당하여 그 남자는 물론 모든 남자를 증오하게 되었고 그 증오로 인하여 그 남자의 친구들을 유혹하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그 남자에게 복수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이전에는 착하고 순수했던 그녀지만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팜므파탈로 변했던 것이다. 그녀의 복수는 약 2년째 진행 중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그의 친구가 아닌 다른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역시 증오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그의 진실 된 사랑에 그녀의 파렴치한 2년간의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에게 말을 해야하나 숨겨야하나 갈등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어디선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는 소문이 사실이냐 아니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깊이 사랑하는 만큼 그녀가 하는 말을 모두 믿어줄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아니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들여 괴로워하더니 얼마 전 그만 헤어지자고 했다는 것이다. 눈물로 이야기하는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가 진정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진정을 기다려 에쿠니 가오리가 쓴 소설 거짓말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이야기해주었다.

‘어느 날 교수인 남편이 출장 중일 때 남편의 제자가 찾아왔는데 갑자기 큰 비가 내려 남편이 오지 못하게 되었고, 제자 역시 집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넘지 못할 선을 넘고 말았다. 그녀는 남편에게 그 사실을 고백한다. 남편은 배신감을 느꼈지만 평소 정숙한 아내였기에 한순간의 실수라 생각하고 용서를 한다. 그러나 몇 달 후 그녀는 “당신은 나를 용서했지만 내 몸이 당신에게 닿으면 화들짝 놀랍니다. 저는 당신의 고통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라고 하며 짐을 쌌다.’

그녀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의 사랑이 결국 그녀를 마법에서 풀려나 자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했다며 아쉽지만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며 이제 바른 삶 가치 있는 삶을 살겠노라고 했다. 그녀는 그녀의 삶에 있어 늦은 성장통을 겪은 것이다. 누군가는 남편을 속이는 행위라고 비난할 지도 모르지만 부인이 진정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면 알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 역시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과거를 알리지 않았어야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또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경험한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많은 거짓말을 한다. 그 중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을 평생 자신의 마음 안에만 간직하고 있어야하는 경우도 있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거짓말은 지나치면 독이 되지만 좋은 인간관계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목숨을 부지해야할 때는 더욱 그렇다. 거짓말은 의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관심을 끌기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하는 것 등 여러 색깔이 있다. 결국 거짓말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또한 솔직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너무 솔직하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폴 투르니에는 ‘비밀은 성숙한 인격의 권리’라고 하며 그의 저서「비밀」에서 ‘아이들은 비밀이 필요하고 자라면서 그 필요성은 더 커진다. 어느 누구도 비밀스런 고뇌와 비밀스런 탐색과 비밀스런 가책 없이 성숙에 이를 수 없다. 모든 인간의 존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비밀이 필요하다.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어떤 비밀을 밝히는가에 따라서 한 사람의 성숙도와 개인적 자유 정도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톰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과 살 수 없다.” 라고 했고, 니체도 “살아가기 위해 거짓말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생의 잔인한 한 측면이다”라고 거짓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상에는 이러한 거짓말의 필요성을 빙자하고 남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되도록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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