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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방하착(放下着) 2018-01-14 15:51:12

방하착(放下着)           2012-04-30 1135

친구들로부터 평소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처럼 모든 것을 다 놓은 사람인양 이야기한다고 눈 흘김을 받아왔던 필자는 최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각에 대한 집착’, ‘내가 옳다고 하는 것에 대한 고집’, ‘내 자존심에 대한 아집’ 등으로 모든 것에 욕심 아닌 욕심을 부리느라 아름다운 봄날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욕심은 집착으로 이어져 아이와 남편, 심지어 직원들에게도 집착하는 등 사람에게서도 욕심을 부리고, 하는 일에 있어서도 욕심을 부렸다. 그것은 집착이었다. 집착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다시 집어 든 법정스님의 무소유 덕분이었고, 김홍신 작가의 인생사용설명서라는 강의를 통해 그리고 카메라를 메고 봄의 들판을 쏘다닌 덕분이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은 이미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다 안다고 할 만큼 베스트셀러가 된 내용으로, 무소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김홍신 작가의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더 많이 비울 수 있었다.

김홍신 작가는 죽음 후 천당과 지옥이 결정될 때 두 가지를 질문하는데 그것은 생전에 기쁜 삶을 살았는가와 남을 기쁘게 한 삶이었는가라는 것이었다. 자신도 기쁜 삶을 살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삶을 살면 천당 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하려면 집착, 미움, 갈등, 근심, 분노, 짜증, 두려움, 스트레스 같은 마음의 쓰레기들은 바로 버리라고 했다. 우리에게 누가 꽃다발을 주면 갖고 가지만 쓰레기를 주면 바로 버리듯 마음에 쓰레기가 되는 것들은 바로 던져버리라는 것이다. 마음의 쓰레기가 쓰이는 곳은 딱 한 곳 바로 암세포 만드는데 쓰인다고 했다. 그리고 행복은 즐길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하는데 즐긴다는 것은 쾌락적인 즐김이 아니라 나는 물론 남도 즐거울 수 있는 기쁘고 보람이 있는 즐거움이어야한다고 했다. 공감 가는 이야기라 강의 내내 끄덕이며 집중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와 동메달을 딴 선수 중 누가 더 행복해할까. 결과만 놓고 보면 은메달 선수들의 만족감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미국 코넬대학 연구팀이 1992년 하계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을 분석해보았더니, 은메달 선수들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한다. 은메달 선수들은 금메달을 아깝게 놓쳤다는 생각에 표정이 어두웠지만, 동메달 선수들은 하마터면 순위권 안에 들 수 없었을 텐데 하는 안도감에 표정이 밝았다는 것이다. 그 후 은메달을 땄던 선수들은 금메달에 집착하여 다음 올림픽에서 더 안 좋은 성적을 거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집착은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집착을 놓는 일 즉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한 때 야생화와 들꽃에 매료되어 들판과 산속을 헤매고 다녔던 기억을 살려 카메라를 들고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봄의 들판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안산의 호수공원 시테마 광장에서 만난 시인들의 시를 대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즈음 도종환 시인의 ‘단풍 드는 날’이 생각났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그렇다. 내려놓음, 바로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바른길이다. 우리는 돈, 명예, 지위, 권력은 물론 사람에게까지 집착한다. 잡음으로 행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잠시 나에게 온 것일 뿐 그 어디에도 내 것이란 없다. 무소유가 전체를 소유한다. 즉 놓음이 전체를 붙잡는 것이다’라는 법정스님의 목소리가 아지랑이 사이로 들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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