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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말 좀 들어줘요 2018-01-14 16:21:26

내 말 좀 들어줘요       2012-07-03 1247

15세에 절도죄로 소년원에 들어갔던 신창원은 탈옥을 반복하고 살인을 하고 다시 잡히는 과정에서 신출귀몰한 행동으로 경찰을 따돌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랬던 그를 청송 교도소로 이감하게 되었는데 그날 교도관들은 모두 긴장했다. 그는 틈만 나면 사고를 치고, 탈옥을 시도했던터라 그가 언제 달아날지 모르며 항상 흉기를 감추고 있어 그의 곁에 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이감되는 날 아침 가장 나이가 많고 체구도 가장 적은 교도관이 그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힘들었지? 우리도 힘들었다. 나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키우고 공직자로 근무하며 50년을 살아보았지만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더라. 하지만 어쩌겠나. 주어진 인생이니 열심히 살아야지. 자네도 이제부터는 제발 마음잡고 살았으면 하네. 커피 한잔이지만 마음 편하게 마시고 가게나. 그리고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게.”

이 말을 들은 신창원은 가슴에서 무언가를 꺼내 놓으며 “이렇게 따뜻한 말은 처음 들어봤습니다.”라고 했단다. 그가 꺼내놓은 것은 이송되어 갈 때 탈출하려고 못을 갈아 만든 예리한 송곳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사히 청송까지 이송되어 갔고 다시는 탈옥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변화시킨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였던 것이다.

한 봉사자가 그를 만나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자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한번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이 x놈의 새끼야, 돈 안 가져오면서 뭐 하러 학교에 와, 빨리 꺼져”라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고 했다.

그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간절히 원했듯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어렵고 지쳐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한다. 그 말 한마디가 삶의 희망이 되는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효력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예를 들라고 하면 최근 안철수 신드럼을 말하는 것이 가장 쉬운 예일 것이다.

안철수 그는 의사이면서 백신회사를 만들었고 카이스트 교수이다. 한마디로 엄친아, 즉 양지에서만 살아 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경쟁사회에서 지치고 무력해진 젊은이들을 위해 무료강연과 청춘 콘서트를 열어 그들의 아픔을 위로해주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그의 진정성이 함께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파급효과는 전국을 뒤흔들었고 결국 그를 대선주자로 나서게까지 하였던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학생들에게 “힘들지? 기성세대로서 참 미안하고 마음 아프네.”라는 말 한마디에 학생들은 위로 받으며 그를 지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그러게 공부 열심히 하지.”라는 냉소적인 말만 하는 어른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로 인해 위로받고 배려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왕따나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 문제가 그러하고, 성폭력 피해자 문제가 그러하고 용산참사나 한진 중공업과 쌍용자동차의 해직자 관련 문제가 그러하다.

과학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지적능력보다 감성, 즉 공감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정보의 홍수와 체계화된 시스템 그리고 메뉴얼에서 타인의 감정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교류하며 남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아파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 손가락에 가시가 박히면 비명을 지르지만 남들이 몽둥이로 맞거나 피 흘리며 쓰러져 있어도 무반응인 경우도 많고, 내 자식이 기침만 해도 호들갑을 떨지만 누군가 암에 걸렸다고 하면 “요즘은 의료진이나 약이 좋아서…”라며 시큰둥해한다. “얼마나 아프세요? 잘 이겨내시는걸 보면 대단하세요.”라는 말만 들어도 환자들은 위로받고 치유된 것 같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희망을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바로 그런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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