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글 읽기
제목 마음에 혹할 일 2018-01-05 01:41:24

2006.03.22    조회    1001

마음에 혹할 일 -봄바람

불혹, 혹은 부록
詩/ 강윤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 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여권이 만기가 되어 재발급을 받아야하므로 여권용 사진을 찍으려고 틈을 만들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사진관이 있다기에 굳이 멀지만 차를 몰고 나섰다. 잘 찍는다기에 내 나이를 깜박 잊고 20대라도 되게 보인다고 착각을 했던 것인지 사진은 내 나이를 들이댄다. 다섯 컷을 보여주며 뽑고 싶은 사진을 고르라는데 도무지 낯설다. 고를 수가 없다. 주제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한 컷을 고르고 발걸음을 돌렸다. 눈 꼬리는 내려가고 억지미소에 경직되어보였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던 터라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한창 물불 안 가리고 원고에 몰두하는 나 자신에 스스로 행복했었는데 사진만큼 솔직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잊고 있었던 나를 찾게 되어 좀 더 겸손해지고 나이 값하는 조신함을 보여야지 한다. 새로운 경험, 낯선 경험이란 늘 무언가 하나씩 배움을 안겨다주고 깨어나게 해준다. 반면교사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남의 허물에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지만 자신의 리얼한 사진 속 현실에서 나를 발견한다. 「남자나이 50」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주억주억! ‘맞아 맞아! 지금이 시작이야! 늦지 않았어.’를 연발하며 공감했던 이야기가 생각나 서글펐던 마음을 회복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불혹을 넘긴다는 것은 분명 위기가 아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므로 기회로 만들면 되는 것일 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4-50대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희망이 되어지고 기쁨이 되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 책에는 50대에는 히든카드 두 장 있다고 했다. 그것은 ‘과거의 경험’이란 히든카드와 “창창한 미래‘라는 히든카드였다. 그렇다. 불혹은 훨씬 지났어도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으로 시작하는 첫머리의 희망을 가지고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과 설렘으로 희망이 가득 피어나는 봄이 될 수 있도록 긴장감을 가져야겠다. 밝고 힘찬 새로운 도전과 열정이 시작되는 중년을 위해 이 봄에는 봐줄 사람 없어도 진달래 빛 분홍셔츠와 개나리 빛 노란 셔츠를 구입해 덤으로 사는 부록이 아니라 꼭 필요한 내용이 담긴 부록의 시작을 해볼 참이다.

facebook twitter hms

글 읽기
이전 부자 이야기 2018-01-05 01:39:43
다음 CEO들의 “열정” 2018-01-05 01:43:4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