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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을, 내려놓기와 통찰력을 위한 詩 2018-01-14 18:29:51

가을, 내려놓기와 통찰력을 위한 詩     2017.12.20 의회 소식지 칼럼

여름 내 뜨거운 햇살을 받아들였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온 산하를 물들이는 아름다운 사색의 계절! 이 때가 되면 시인의 뛰어난 통찰력과 표현에 교훈과 감동을 받고 위안을 받는 몇 편의 시가 어김없이 떠오른다. 그중 대표적인 시는 도종환 시인의 ‘단풍드는 날’과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우리의 삶 역시 버려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 그리고 버리기로 결심할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시인은 이제 곧 떨어져 내릴 나뭇잎을 통해 내려놓음 즉 ‘방하착’에 대한 교훈을 들려준다.

‘방하착’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온갖 번뇌와 갈등, 스트레스, 원망, 집착 같은 것을 홀가분하게 내려놓는다.’라는 뜻으로 수행을 하는 모든 이들이 평생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수행자들만이 아닌 우리들 모두가 가져야할 목표이기도 하다. 내일 일 아니 한 치 앞의 일을 알 수 없는 우리는 참으로 나약한 존재임에도 영원히 살 것처럼 더 많은 것, 더 나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고 집착한다. 그로 인해 범죄 등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회복할 수 없는 곤란함에 처하곤 한다. 우리의 질병조차도 내려놓지 못하는 욕심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역시 우리에게 큰 위안과 교훈과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시인은 대추 한 알 익는데 태풍과 천둥과 벼락과 땡볕과 같은 고난이 있었음을 들여다보았다. 이러한 어려움이 없었다면 대추가 붉어질 리도 영글어질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힘든 과정 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이야기하는 ‘대추 한 알’은 눈과 비는 물론 태풍과 벼락도 있었을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있을까?’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 있을까?’ 대추가 가을이면 영글어 붉고 둥글어지는 당연함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대추는 태풍과 천둥과 벼락, 그리고 땡볕을 견뎌낸 놀라운 존재가 된다. 눈과 비와 바람과 뜨거운 햇빛 등 악조건을 견디어낸 시간의 축복을 받은 귀한 존재가 된다. 대추 한 알의 삶 속에 우리의 삶을 반추한 시인의 통찰력이 참으로 놀랍다.

흔히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이라고 하는 돈과 명예와 지위 등 우리의 욕망을 채워 줄 것은 무한하지도 않고 순간일 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인연 따라 나에게 잠시 온 것일 뿐, 그 어디에도 내 것이란 것은 없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기억하면 ‘방하착!’ 내려놓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내려놓기와 함께 대추가 제대로 익기 위해 어떤 갈등과 고뇌가 있었는지 들여다 볼 줄 아는, 즉 겉이 아닌 속을 들여다볼 줄 아는 통찰력이 필요한 만큼, 깊어가는 가을날 깊은 울림을 주는 시 한편과 마음의 양식이 될 독서로 더욱 풍성한 가을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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