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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벼 2018-01-05 01:49:59

2006.04.12        조회    1384

——하형주 유도 선수와의 만남(동아대 교수)

지난 주말 1박2일 동안 부산을 여행하였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으로 태종대와 해운대 등을 거쳐 온 아련한 기억의 부산을 향한 마음은 이미 앞서가 뱃고동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새벽 6시에 출발하여 도착한 부산의 모습!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강남의 타워펠리스와 같은 주상복합건물들과 높은 빌딩들은 강남을 버금가는 모습으로 발전되어 있었다. 이렇게 해운대주변은 완전한 도시화된 모습이었으나 그곳을 벗어나 다른 곳은 별반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도리어 부산을 구분 지을 수 있는 옛정취와 도시화의 양분화 된 모습으로 부산의 정취를 그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일과를 마치고 첫날인 토요일 저녁시간이 되었다. 바다소리라는 곳에 저녁자리가 마련되었고 육지로는 가장 남쪽 가까이 위치한 부산에 다시 오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어 일행은 서로 지인들과 연락을 취하느라 분주했다. 하나 둘 반가운 이들이 속속 도착하는가 싶더니 숨이 헉 막히는 거대한 몸집의 두 사람이 “하 형주라캅니다. 멀리 부산까지 참 잘 오셨습니데이. 반갑습니데이.”악수를 청한다. 키도 컸고 몸집도 컸지만 손과 발이 보통 사람의 2배반은 더 큰 듯했다. 얼굴은 연신 싱글벙글 웃음을 띠고 있었다.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면서도 유머감감이 뛰어나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모두 유쾌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몸에 베인 습관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날따라 횟집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예약손님도 아랑 곳 없었다. 그러자 하영주 선수는 벌떡 일어나더니 주방으로 달려가 손님대접이 이러면 안 되는기라예 하며 연신 접시를 날라 오는가 싶더니 ‘량보다는 질적으로 해 주이소. 부산 이미지가 이거 아입니더. 이러면 안 되지예’하고 부산인으로서 부산에 흠이라도 갈까 부산을 대표하고 있는 주인의식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술 한 잔 정도 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무리하게 권하지 않고 3분의 1정도만 잔을 채운 후 나머지는 자신의 마음이라고 덕담을 함께 부어놓는다. 또한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건배 제의가 돌아가는데 좋은 문구란 문구는 다 나왔는가 싶을 때 하형주선수에게 건배제의가 돌아가자 지화자를 선창하고 후렴으로 좋다를 만들어 한국적인 문구를 생각해 내는가 하면 적당히 단호하게 거절할 줄도 아는 매우 매력적인 사나이였다.

운동인하면 예절과 의리와 인내력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순발력을 갖춘 예의와 의리와 매너 있는 하형주의 진면목을 약 한 시간 30분 동안 모두 보여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 시간 반 안에서 사람을 평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깍듯하면서도 해야 할 소리부분에 있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짚고 넘어가는 치밀한 관찰력과 분석력과 성실함을 가진 아주 존경받을만한 뛰어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물러가야할 자리가 여기쯤인 것 같습니다’라고 또 다시 뵐 기회가 있으면 뵙겠다고 아쉬움을 남긴 채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고는 작별하게 되었다.

단순히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출중한 기량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우쭐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고장까지도 사랑할 줄 아는 인간미와 분별력과 지적인 부분까지 포함한 하형주! 그를 만난 것은 부산여행의 가장 값진 소득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무엇이 사람만큼 아름답고 영원히 가슴에 남을 수 있겠는가. 가장 잘 변질되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그건 아니다. 어떤 모습으로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살아볼만한 감동이 아니겠는가. 사람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그는 운동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는 노력파로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포츠심리학 교환교수를 끝내고 돌아왔다. 그는 84년 LA올림픽에서 허리부상에도 정신력으로 세계 최강의 금메달 자리에 올랐고 현재 동아대 체육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부산시의회 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조금만 지위가 생긴다거나 돈이라도 조금 벌었다싶으면 너도나도 자신을 뽐내느라 자랑하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보면 주변사람들이 잘된 것은 좋으나 얕아 보인다. 그러나 잘 익은 벼처럼 겸손한 모습을 보면 그 안에 있는 가치는 더욱 빛이 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형주의 앞날이 보였다. 아주 유쾌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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