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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식(寒食) 성묘를 다녀와서 2018-01-06 22:36:08

2007-04-11 1349

지난 4월6일은 우리나라 4대 명절의 하나인 한식(寒食)이었다. 한식은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로 조상의 산소를 찾아 제사지내고 사초(莎草)하는 등 조상들의 묘지를 돌본다. 그동안 딸이라는 이유 아니 핑계로, 남동생이 한식을 맞아 성묘를 간다고 할 때마다 당연히 가는 것이구나 하는 외에 성묘 갈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철이 든 것인지 조부모님들의 묘지를 찾아본지 어언 10년이 넘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성묘를 하며 좁은 국토의 1%를 분묘가 차지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것이 생각나서 분묘에 대해, 또는 수목장과 납골당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묘소는 약 2000만기로 2억9333평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 국토 1%의 면적이다. 결국 그만큼을 분묘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매년 약 13만여 기씩 여의도 면적만큼 묘지가 늘어나고 있어 토지잠식과 산림훼손을 가져오고 있다. 어쩌면 얼마 후 우리나라는 산 사람들 보다 죽은 사람들의 묘지강산으로 변할 지도 모를 심각함에 놓여있다 할 것이다.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국민들 일부는 이미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방법을 바꾸고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보건복지부)는 묘지문제를 해결하고 환경훼손을 줄이기 위해 자연장을 도입했다. 자연장이란 유골을 나무나 잔디 밑에 묻거나 뿌리는 제도로 장사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연장제도 도입과 분묘를 대신해 수목장 등 자연친화적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30만㎡ 이상의 대규모 산림으로 조성된 수목장림을 조성해 자연친화적이고 합리적인 장례문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자연장은 우리에게 아직 낯설지만 이미 일부 사찰 등에서는 자연장(수목장)을 하고 있었고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는 이미 각광을 받고 있다. 자연장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실천하는 가장 이상적이고도 자연스런 장묘법이라 생각한다. 나무 밑에 웅덩이를 파고 유골을 묻는 장사(葬事)방식인 수목장(eco-dying)도 묘지는 물론 이제 납골시설도 포화상태가 되면서 대안적인 장사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연고 분묘가 무려 7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자연장 제도는 국토잠식과 환경훼손이 심한 묘지와 봉안 시설 등의 장묘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의 효율성을 높이고 무연고 묘지가 흉물스럽게 남지 않게 하려면 납골당과 수목장은 정부차원의 홍보를 떠나 이제는 국민 모두의 의식이 바뀌어야할 때다. 1998년 선경그룹 회장(최종현)이 화장을 하면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아 최근에는 유명 인사들의 자연장 소식을 자주 듣게 된다. 그만큼 사회적인 인식은 변화되고 있고 화장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되어 수목장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장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나무에 붙이는 인식표 외에 비석이나 별도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리고 2001년 1월 13일 이후 조성된 매장 묘는 최장 60년이 지나면 화장해야 한다고 한다. 경제적인 요인으로나 산소를 돌보아야하는 부담을 덜고 국토효율성을 생각하는 젊은 후손들은 화장을 선호하고 있어 이제 화장과 수목장은 더욱 빠르게 자리잡아가는 장례문화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의 변천을 살펴보면 각 시대의 신앙형태, 정치적 지배구조, 외국과의 교류 등이 반영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변해 왔다. 시신을 들판에 버리는 유기장부터 선사시대의 동굴장과 고인돌, 봉분과 화장의 시대적 맥락과 역사적 변천을 거쳐 지금 자연장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식(寒食)을 계기로 조상들을 생각하며 오랜만에 사람다운 사람의 행세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상을 위하는 일조차도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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